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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민노총에 떠밀려 최저임금 또 올릴판…"죽으란 얘기" 자영업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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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몽니에 곳곳서 신음 ◆

매일경제

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음식점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확산에 버티지 못하고 외부 종업원을 모두 줄였다. 현재는 가족끼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서울 대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A씨. A씨는 한때 매달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던 '잘나가는' 소상공인이었지만 올해 초 운영하던 고깃집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폭등한 최저임금과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탓이다. 4명의 직원과 함께 일했던 A씨는 2019년까지 이어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자 3명의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손님이 줄자 고깃집의 매출이 몇 백만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A씨는 보증금으로 임대료를 충당하며 본인 몫도 없이 번 돈은 모두 직원 월급으로 사용했다. 결국 버틸 수 없던 A씨는 1억원이 넘는 빚을 안고 폐업을 결정했다. 빚을 갚기 위해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던 A씨는 사고를 당해 쉬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이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그러지 않아도 한계에 몰린 상황에서 또다시 최저임금이 오르면 "더 이상 감축할 인력도 없어 정말 끝이다. 안 그래도 죽어가는 판에 확인 사살하는 격"이라며 한탄하고 있다.

A씨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없어 파산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은 올릴 대로 다 올려놓고 코로나19가 터져 위기에 몰리자 정부에서 준 혜택이라곤 대출 빚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의 생존이 현실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책 중 하나로 진행 중인 할인행사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원가 비중이 높아졌고 더 이상 가격을 내리면 이윤이 한 푼도 안 남는데 '무슨 할인행사냐'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동행세일 땐 중소 슈퍼 등에 소폭 지원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사라졌다는 것이 도·소매업 소상공인들의 얘기다.

서울 구로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동행세일이 시작된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며 "이번 동행세일은 백화점이나 온라인 유통채널에 초점을 맞춰 손님들이 모두 그쪽으로 몰렸다"고 호소했다. 세일 여력이 있는 대형 유통채널은 동행세일 행사로 손님을 끌었지만 오히려 도·소매업 소상공인들은 모두 외면받았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동행세일에 참여하려면 물건을 깎아준 만큼 마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작년엔 사은품 지원이라도 나와 조금이나마 손님들이 왔지만 올해 새로운 장관이 온 뒤엔 아예 지원이 없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이 슈퍼에 전화해 동행세일 혜택에 대해 물어도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당연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지 어떤 사람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슈퍼에서 물건을 사겠나"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연일 동행세일이 대박이라며 '자화자찬'에 나서고 있지만 막상 소상공인들은 할인행사보단 최저임금이 인상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 C씨는 "최근에 쌀, 달걀 등 재료비도 많이 올라 이미 힘든데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인건비는 고정비 중 40%에 달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선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직원에게 미안해도 인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건 뻔한데 구직자 생각은 안 하고 고집만 부리는 노동계 목소리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노동계 목소리가 너무 커서 소상공인들의 입장은 반영도 전달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쇼크'는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 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미 37.4%의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껴 1인이나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55.7%의 소상공인들은 올해 월평균 수입이 200만원 미만에 그쳤다고 답했다. 올해 최저임금 수령 근로자 월급(209시간 기준)이 182만2480원임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소상공인들의 수입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특히 알바 등을 많이 고용하는 서비스업은 가장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4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했던 2019년 6월 이후 24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감소폭이 더 커졌다.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0만9000명 감소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동행세일 참여에 대해 "이번 동행세일은 온라인 중심으로 준비가 됐다"며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으로 진출하고 판로를 쌓는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선 22개 중소기업 업종별 조합 및 협회 대표가 모여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기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며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을 넘으면 한국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염색 섬유업체들은 인건비 비중이 매출 원가의 40%를 넘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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