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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만화됐다…오타니, 투·타 모두 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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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MLB 올스타전 아메리칸리그 명단에서 투수·타자 후보군에 모두 이름을 올린 오타니 쇼헤이.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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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는 10년 전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에서 야구를 하던 중 뚜렷한 목표를 세웠다. 20세 미국 프로야구(MLB) 데뷔를 시작으로 사이영상 수상, 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 월드시리즈 우승 등 하나만 달성하기도 어려운 계획들을 30세 이전에 이룬다는 원대한 포부였다.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못했던 오타니의 리스트에 야구팬들은 실소를 머금었지만, 그는 올해 자신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MLB 사무국은 5일(한국시간) 올스타전 아메리칸리그 선발 투수 명단에 오타니를 포함했다. 이미 팬 투표에서 지명타자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오타니는 이로써 1933년 MLB 올스타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한 시즌에 투수와 타자 후보군에 모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됐다. 미국 현지 내 오타니의 인기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5일 열릴 올스타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 선수가 마운드와 타석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타니의 인기 비결은 천부적인 야구 재능이다. 오타니는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투구와 타격을 함께 병행했고 일본 프로야구(니혼햄 파이터스)에서도 양쪽 모두 잘했다. 하지만 MLB 진출이 가까워지면서 우려가 따랐다. 세계 최고 레벨 무대에선 선택과 집중을 해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MLB 리그 역사에도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며 꾸준히 출전한 선수는 없었다.

목표가 뚜렷했던 오타니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MLB 데뷔 첫해에 일을 냈다. 투수로 10경기(51.2이닝)에 선발 등판해 3.31의 평균자책점과 4승을 따냈다. 타자로는 104경기(367타석)에서 22개 홈런과 출루율+장타율(OPS) 0.925를 기록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두 번째로 MLB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자신의 '이도류'가 MLB에서도 통하는 걸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한 시즌 162경기나 치르는 MLB 일정 속에 엄청난 체력 부담을 동반하는 '이도류'는 고장날 수밖에 없었다. 2019년과 2020년 투수와 타자 기록 모두 데뷔 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부상으로 경기 출전 수도 크게 줄었다.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평가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오타니는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절반(82경기)이 지난 현재 오타니는 홈런 31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장타율 7할(0.704)을 넘기고 있다. 빠른 공과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담장 밖으로 넘기고 있으며 타구 방향도 고르다. 투수로서도 수준급이다. 12경기 선발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60이며 60이닝 동안 탈삼진이 83개에 달한다. 9이닝당 탈삼진율이 12.5에 달하며 규정 이닝만 채우면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오타니는 아시아 출신의 빅리거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힘'의 야구를 구사한다. 193㎝, 95㎏의 훌륭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31개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6m에 달한다. 마운드에서는 시속 160㎞에 가까운 패스트볼과 변화가 극심한 스플리터를 던진다. 한국 야구팬들에겐 지난 프리미어12에서 두 번이나 대표팀 타선을 무력화시킨 걸로도 각인돼 있다.

엄청난 재능을 뽐내고 있는 오타니는 현재 현지 MVP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오타니가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 MVP를 수상한다면 자신의 고교시절 목표(27세 MVP 수상)를 달성하게 된다.

오타니는 겸손하고 진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에 승리했을 때도 그는 "한국 타자들이 잘 쳤다"고 평가했다. MLB에서 타격과 투구 모두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노력과 성실함은 기본이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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