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첫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1위가 된 욘 람. [사진=USGA]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람보’를 닮은 욘 람(Jon Rahm)이 세계 최대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드디어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람의 체중은 100kg이 넘고 키는 185cm로 두툼한 근육질이다. 영화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을 연상하는 외모여서 람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강한 골격을 처진 눈꺼풀이 부드럽게 완화해주는 인상은 람보라는 별명이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스페인 특유의 손 감각= 람이 선수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숏게임에 뛰어났기 때문이다. 육중한 체구와 힘을 지녔으면서도 본질적으로 감각을 중시하는 선수이며, 스페인 출신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등이 만든 ‘스페인의 손’을 이어받았다. 주니어 시절 람이 가장 어렸는데 열두어 명의 소년들은 칩샷 연습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람은 형들과 어울려 게임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홀에 가장 가까이 볼을 붙인 횟수가 여섯 번이 되어야 다른 샷으로 넘어갔다. 그 횟수가 0인 사람은 벌칙을 받았는데, 지기를 싫어한 람은 지독하게 연습하면서 숏게임이 예리해졌다. 람은 지금도 숏게임을 ‘병원’이라고 생각하면서 “롱게임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고친다”고 말한다. 대학 동창 브록 존슨은 “람은 4번 아이언으로 우리가 60도 웨지로 하는 것보다 더 월등한 플롭샷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욘 람의 가족 3대. 빨간 티셔츠가 욘람의 아버지 에르도타. 맨 왼쪽이 모친 안젤라. |
스포츠 애호가 부모= 람의 부친 에도르타 람은 스페인 발데라마에서 바예스테로스가 단장을 맡아 유럽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1997년 라이더컵을 현장에서 구경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정유회사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암벽등반이나 등산, 고공낙하, 스카이다이빙과 프리 스키 같은 극한 스포츠 애호가로 유럽의 최고봉인 몽블랑 정상에도 여러 번이나 올랐다. 람은 부친에 대해 “골프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가 관심사였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승부욕이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모친 안젤라는 산파인데 태극권 수행을 즐기는 취미가 있다.
첫 골프 스승 세예스= 스페인 바리케의 인구 1500명에 불과한 바스크의 티칭 프로 에두아르도 세예스는 람이 13세에 만난 첫 스승이다. 또래보다 체구가 컸던 람은 처음에는 강타에 집착했고 스트롱 그립으로 무작정 멀리 보내려 했다. 람은 에두아르도가 고쳐주었다고 말한다. 세예스의 말이다. “람은 열네 살 때 크게 도약했는데 어느날 연습 중에 진지하게 ‘세계 챔피언이 될 거에요’라고 말했다. 어린 소년에 불과했지만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자’고 생각했다. 실행에 옮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셰에즈는 요즘은 가끔만 스윙을 봐준다. 람은 회고한다. “에두아르도는 내게 스윙 동작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그걸 어떻게 바로잡는지 가르쳐주었다. 어쩌다 모를 경우 그에게 문자를 보내면 그가 정확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그런 일이 1년에 네다섯 번쯤 있고 12월에 고향에 가면 함께 스윙을 점검했다.”
미국 대학 유학시절 = 대학을 미국으로 갔을 때 람은 처음 몇 주가 힘들었다. “거의 웃지도 못했는데,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처음 몇 달은 농담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람은 스페인어를 하는 동료 알베르토 산체스가 도와주어서 첫 학기에 평점 3.6점을 받았고, 커뮤니케이션에서 B를 받고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 대회에서는 11승을 올리면서 재학 시절의 미켈슨과 타이 기록을 세웠고,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올랐고, 2015년 피닉스오픈에서 5위를 하고 대학 선수에게 주는 벤 호건 상을 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첫 선수가 됐다.
람이 올 4월초 마스터스 전 주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아틀 케파 출산 기념사진. |
켈리와의 결혼과 득남= 스콧데일에 살고 있는 람은 애리조나 주립대 1학년 때 만난 같은 학교 투창 선수 출신인 켈리 카힐과 결혼했다. 처음 우승한 토리파인스에서 프로포즈를 했고 그 코스에서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요리 실력으로 람의 식단 조절을 돕고 체력단련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응원하면서 115kg이던 체중을 102kg 정도로 줄일 수 있게 했다. 올해 4월 아들 케파 출산일을 맞아 마스터스 출전도 거부할 뜻을 표명했으나 전주에 탄생해서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미켈슨과의 인연= 이번 US오픈 현장에서 연습장에서 연장전을 대비하던 람은 우승 확인 후에 옆에 있던 필 미켈슨과 깊게 포옹했다. 대학(애리조나주립대) 선배이자 좋은 멘토인 미켈슨은 람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단순히 실력 있는 젊은 선수 이상이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다.” 미켈슨의 동생 팀은 람의 대학 시절 감독이었고, 에이전트로도 활동했다.
토리파인스에서 첫승= 2016년 6월에 프로 데뷔한 람은 처음 출전한 네 번의 대회에서 공동 3위와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정규 출전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에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는데 마지막 홀에서 5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쪽에 보내 마법 같은 18m 거리 이글 퍼트를 잡고 우승했다. 올해 US오픈 마지막날 람은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동타를 만든 뒤에 마지막 홀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를 잡고 한 타차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6월호에 골프매거진의 US오픈 특집호 표지 인물은 욘 람이었다. |
예상된 US오픈 우승= 람이 전장이 길고 러프가 많은 거친 코스를 특징으로 하는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리라는 건 짐작 가능했다. 프로 데뷔 전인 2016년 오크몬트에서 공동 23위를 하며 US오픈 최저타 아마추어로 선정됐다. 마침 <골프매거진>도 그를 올해 US오픈 후보자로 꼽고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6월초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3라운드를 마치고 6타차 선두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기권했을 때만 해도 출전 자체가 의문이었으나 빠르게 회복하고 대회장으로 돌아와서 메이저 첫승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헤드스피드 118마일= 프로 골프계에는 파워 플레이어가 드물지 않지만 람은 엄청난 장타를 민첩하게 치는 데다 퍼트와 숏게임까지 뛰어나다. 일단 파워. 런치모니터 통계는 소름이 끼칠 만큼 최적에 가깝다. 볼 속도 시속 286km, 클럽 헤드 스피드는 시속 118마일(mph), 발사각도 12도, 스핀량은 2200rpm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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