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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법원, 오거돈 판결로 '권력형 성범죄' 엄중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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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지위 피고인의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

공대위 "법정구속 환영, 형량은 아쉬워" 항소 계획

뉴스1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2021.6.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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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이유진 기자 = 법원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권력형 성범죄"에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 내용을 읽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 '참담함을 느낀다' 등의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오 전 시장을 꾸짖었다.

다만 피해자 입장을 대변해온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권력자의 죄를 더 엄중히 묻지 못했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29일 강제추행, 강제추행치상과 미수, 무고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우월적 지위인 피고인의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라고 규정했다.

순간 피고인석에 앉아 판결을 듣고 있던 오 전 시장은 눈물을 보이며 휘청거려 주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동안 오 전 시장 측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가운데 우발적으로 벌어진 '기습추행'으로 권력혁 성범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변론해왔다.

계속해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간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이 부산시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공무원이었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행장소가 관용차량과 집무실이고 피해자들은 공무원으로서 범행 당시 자신의 업무 수행을 위해 각 업무 장소에 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중 한 명은 범행에 적극 항의하지 못 하고 스스로 사직했고 다른 피해자는 자유 의사가 제한되는 일련의 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전혀 대응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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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4월23일 오전 부산시청 9층에서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부산시청을 떠나고 있다.2020.4.2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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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오 전 시장이 과거 해양수산부 장관과 대학 총장을 역임한 사실도 언급하며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력에는 언제나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며 오 전 시장에게 그에 걸맞는 더 높은 책임이 요구된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하면서 오 전 시장이 법정구속 되는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당초 검찰이 피해자의 '정신적인 상해'를 이유로 강제추행치상을 주장하면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 시선도 존재했다.

신체적 피해와 달리 정신적 피해의 경우 객관적인 인과성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될 경우 '집행유예'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재판부는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오 전 시장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강제추행 범행을 인정하고 부산시장직을 자진 사퇴한 점 등은 참작 요소로 작용했다.

이날 선고 막판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진행하며 느낀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느낀 감정은 참담함이라고 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측은함보다 피해자와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사건도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히 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당부했다.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오 전 시장의 법정구속을 환영하면서도 형량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대위는 재판 이후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판결은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고 성평등한 세상을 앞당기는데 부족하다"고 항소 계획을 밝혔다.

한편 오 전 시장은 부산시장 시절 부하직원 2명을 상대로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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