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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9·11 같았다" 아비규환 美 아파트 붕괴현장… 원인 두곤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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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4명 사망, 159명 실종, 37명 구조
바이든, 플로리다주에 비상사태 선포
사고원인 약한 지반 탓? 노후 건물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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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챔플레인 타워 일부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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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전시 상황이다. 마치 9ㆍ11과 같은 느낌이다.”
(미국 일간 마이애미헤럴드가 전한 목격자 증언)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남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를 뒤흔든 아파트 붕괴 사고는 미국인들의 아픈 기억인 2001년 9·11 테러를 떠올리게 할 만큼 처참했다. 당국이 밤샘 구조 작업을 벌였음에도, 100명이 넘는 실종자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생존자를 찾아내는 데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기적에의 희망’은 점차 옅어지는 분위기다. 사고 원인을 두고도 다양한 추정과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어, 향후 책임론 공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밤샘 구조작업에 비상사태 선포까지


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30분쯤 12층짜리 콘도형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한쪽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온종일 계속된 구조작업은 밤을 새면서까지 이어졌다. 지미 패트로니스 플로리다주 소방국장은 “10~12명 대원으로 구성된 구조팀이 15분 간격으로 번갈아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견과 드론, 음파탐지기, 수색카메라 등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해 모든 장비가 총동원됐다. 잔해에 갇힌 생존자들이 휴대폰 플래시로 신호를 보내거나 “제발 도와 달라”고 외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만 24시간이 흐른 25일 오전까지,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은 37명뿐이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4명이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가 불분명한 '실종자'는 무려 159명이다.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의 자매를 비롯한 파라과이 국적자 6명 등 실종자 3분의 1은 외국인이다.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5일 플로리다주에 비상사태를 선포, 연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그는 국토안보부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생존자 구조를 비롯, 재난 극복을 위한 모든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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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아파트 붕괴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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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연상시키는 아비규환


필사적인 구조작업에도 상황은 좋지 않다. 기적만을 바라야 하는 분위기다. 사고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아비규환인 탓이다. 찰스 버켓 서프사이드 시장은 “아파트가 팬케이크처럼 눌렸다”며 “외부에서 보거나 수색할 수 있는 (잔해 속) 공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의 악몽을 연상시킨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20년 전 뉴욕에 거주해 9·11을 목격했고, 지금은 플로리다에 사는 호르헤 라미레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살면서 이런 장면을 두 번이나 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도대체 어디가 안전한 거냐”고 호소했다.

건물 나머지 부분의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도 쉽지 않다. 소방당국은 매몰자 수색 및 잔해 제거 작업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 추가 발견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나쁜 뉴스에도 대비 중”이라고 했을 정도다.

2차 사고 위험도 잔존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건물에 수영장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염소탱크 폭발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폭우를 동반한 폭풍도 마이애미 상륙을 앞두고 있어 구조 작업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약한 지반 탓” vs “건물 문제”


끔찍한 참사의 원인을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미 언론에선 벌써부터 갖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일간 USA투데이는 시몬 브도빈스키 플로리다국제대 교수의 지난해 연구를 인용, “해당 아파트 지반이 1993~1999년 사이 매년 2㎜씩 내려 앉았다”고 보도했다. 지반 침하가 건물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추정이다. 그러나 브도빈스키 교수의 진단은 다르다. 그는 “(연구과정에선) 다른 지역 건물들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게 목격됐는데, 이 건물이 무너졌다는 게 이상하다”며 “(지반 침하보다는) 건물 자체와 관련된 붕괴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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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대원들이 구조견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마이애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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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아파트는 1981년 지어진 노후 건물이다. 40년이 넘은 데다 해변에 위치한 탓에 곳곳이 녹슬어 한 달 넘게 대규모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2015년엔 한 주민이 건물 외벽 붕괴 등을 이유로 아파트 운영연합회에 소송을 건 일도 있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은 상태였단 의미다. 위험 신호가 사전에 감지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애드리애나 곤살레스 치는 뉴욕타임스에 “이번에 실종된 동생한테 이전에 ‘건물이 흔들리는 게 느껴지면 빨리 피신하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아파트 관리업체가 신경을 썼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파트 측은 붕괴 징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측 변호인 케네스 디렉터는 “통상 해변의 건물들은 그 정도 연식이 되면 바닷바람에 의한 부식 등이 불가피하다”며 “이 건물은 최근 재인증을 위해 경험 많은 엔지니어로부터 철저한 검사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기후 변화에 따른 재앙이란 해석마저 나온다. 엘리아나 살자우어 서프사이드타운 국장은 WP에 “사고는 모두 해수면 상승과 과도한 개발 탓”이라고 주장했다. 갖은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인 규명까진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터 다이가 전미건설협회 플로리다지부 회장은 “이런 사고는 여러 재앙이 겹쳐야만 일어난다”며 “한 가지 원인을 단정하지 말고 신중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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