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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의경 시험'…이 악문 마지막 지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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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앞. 긴장한 표정의 20대 남성 수십명이 한 손에 문진표와 신분증을 든 채 길게 늘어섰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제 378차 의무경찰(의경) 모집 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생이다. 이번 모집 시험은 서울 지역에서 130여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3893명이 지원하면서 3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의경 모집 시험은 민간 지역에서 복무하는 것 등을 이유로 인기가 많아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의경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가 2023년 의경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의경 고시'는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다. 경찰은 폐지되는 의경 인력을 대신해 기동대를 창설하는 등 인력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고시보다 더한 '의경 고시'…손 모으고 기도·화장실 들락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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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3년 의무경찰제도 완전 폐지를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의무경찰 1142기 선발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체력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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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험장에 모인 지원자들은 실제 고시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보였다. 시험 직전 기도를 하거나 눈을 감고 집중하는 응시생도 눈에 띄었다.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2단계인 체력검정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한 듯 문제 유형을 묻는 응시생도 나왔다.

수시로 화장실을 오가며 입술을 축이던 한 응시생은 "이번에 떨어지면 연말에 육군에 입대해야 하는데 부모님이나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무섭다"며 "체력검정에 대비해 팔굽혀펴기도 많이 했는데 혹시나 적성검사에서 탈락할까봐 겁난다"고 했다.

시험은 2개 층에서 각각 30여명이 적성검사와 체력검정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에 시험을 치른 응시생 60여명을 더하면 이날 총 응시자 수는 120여명이다. 응시생들은 기동본부 입구에 주차된 경찰버스에서 문진표를 제출하고 온도를 측정한 뒤 시험장에서 2차 측정을 한다. 700㎡넓이의 시험장엔 좌석마다 2~3m의 거리를 둔 채 지원자들이 나눠 앉았다.

적성검사 후 10여분 정도가 지나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 적성검사 결과는 0~ 6등급으로 분류되며 0~2등급을 받으면 합격이다. 이날 시험장에서는 적성검사에서 2명이 탈락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합격자는 같은 시험장 내에서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제자리멀리뛰기로 구성된 체력검정에 응시할 수 있다.

윗몸일으키기는 불합격자가 많지 않으나 1분간 20회를 해야 하는 팔굽혀펴기나 160cm를 뛰어야 하는 제자리멀리뛰기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체력검정의 난이도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금을 밟거나 자세가 잘못되는 등 사소한 것을 안 지켜 탈락자가 나온다"며 "탈락한 분들 중에는 어머니가 전화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합격 위해 '4수' 하는 응시생도…"시험기간에도 운동하며 준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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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3년 의무경찰제도 완전 폐지를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의무경찰 1142기 선발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적성검사를 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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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검정에서 합격하면 선발 인원인 130명(일반의경 106명·특기의경 24명)에 포함되기 위해 추첨을 기다려야 한다. 이날 합격자들은 합격했다는 기쁨보다는 추첨에서 선발되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적성검사·체력검정 응시자 중 탈락하는 사람은 10% 안팎이기 때문에 선발은 사실상 추첨에서 결정된다.

적성검사와 체력검정에 모두 합격한 임재영씨(23)는 "마지막 시험인 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대학 시험기간에도 짬을 내 운동을 해 가며 준비했다"며 "이번이 4번째 지원인데 꼭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 도전에 합격한 조승연씨(19)는 "검정 과목 위주로 매일 100개씩 연습했다"며 "합격하면 제일 먼저 가족에게 알리고 싶다"고 웃었다.

경찰은 이번 의경 시험을 끝으로 경찰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인력 확충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의무경찰 폐지 후 경찰관기동대를 신설하고 청사방호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라며 "의경들이 담당하던 치안 보조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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