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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극단선택’ 네이버, 리더십 개편…최인혁 COO는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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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창업자(GIO), 한성숙 대표, 최인혁 COO. 그래픽=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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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극소수 경영리더(C레벨)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킨다. 지난달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대책이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COO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25일 네이버는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진 소수의 C레벨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CXO 체제’였다면 앞으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네이버의 C레벨은 한성숙 최고경영자(CEO),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최인혁 COO 등 4명이다. 이들과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내렸다. 네이버 이사회는 “현재의 CXO체제가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 좋은 성과를 냈지만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져 이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며 “네이버 미래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네이버는 조직 의사결정 구조를 간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상법상의 필수 임원 7명을 제외하고 임원 직급을 폐지했다. 관료화된 조직 구조를 가진 전통 기업과 달리 수평적 소통, 빠른 의사결정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 직원 수가 2016년 3354명(라인 계열 직원 수 제외)에서 지난해 6145명으로 크게 늘면서 ‘관리의 부담’이 커졌다. 이 때문에 2019년 3월 ‘책임리더’ 직급을 신설해 68명을 선임했다. C레벨과 실무자 사이 중간 관리자다. 책임리더 수는 2년 만에 107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종결정권이 C레벨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에 복잡한 조직 내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 규모 회사에 C레벨이 4명뿐이다 보니 조직 문화 등 여러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C레벨이 충분하지 않으면 의사결정도 느려지고 집단적 사고가 생길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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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원수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네이버는 직원 사망사건 관련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대상자들에게는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각의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이사회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을 괴롭힌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신 모 씨에 대해선 해임을 권고했다. 또 신 씨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인혁 COO에게는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다만 최 COO는 이번 조사 결과와 별개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COO와 등기이사, 광고부문 사업부인 비즈 CIC(사내 독립기업) 대표 등 네이버 본사에서 맡은 직책에선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다른 법인 7개의 직책은 그대로 유지한다. 최 COO는 이해진 GIO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했다. 그는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네이버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등을 고민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마련해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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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화섬노조 네이버지회장이 지난 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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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대책이 나왔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징계수위가 가볍다는 비판이 많다. 네이버 사내 징계 결정 공지 글에는 한 직원이 “임원이 수많은 문제 징후를 무시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명백히 잘못된 판단을 해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는데 고작 징계 처분이 경고냐”는 비판 댓글이 올라왔다. 다수의 직원이 여기에 동의 입장을 표했다.

노조도 회사 결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관계자는 “실질적이고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COO가 ‘도의적 책임’ 명분으로 네이버 내 지위만 내려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들에게 형식적인 징계 조치로 면죄부를 준 결정에 실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날 네이버 본사를 비롯한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이런 입장을 담아 ‘회사와 계속 투쟁할 것’이란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박민제·김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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