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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헝가리 성소수자 차별법, 이탈리아는 차별금지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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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18살 이하에 동성애 등 접근 금지법 통과

유럽연합 정상들 “너무 나갔다” 헝가리 총리 성토

교황청, 이탈리아의 차별금지법안에 “반대” 서한

이탈리아 총리 “세속국가지, 종교국가가 아니다”


한겨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가 24일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 도착해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연합이 ‘성소수자 차별법’과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헝가리 의회가 동성애 관련 내용의 미성년자 접근 금지를 입법화한 것과 관련해, 유럽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유럽연합에는 더는 헝가리의 자리가 없다”고 성토했다. 반면, 이탈리아 의회에서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안을 논의하자 교황청이 “반대”하고, 총리가 “부당한 정치 개입”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24일(현지시각)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한 정상회의에서 “자유와 관용, 인간 존엄과 같은 가치는 유럽연합의 핵심”이라며 헝가리의 동성애 차별을 비판했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마르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겨냥해 “당신은 선을 넘었다. 그것도 이번에는 너무 많이 나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동성애는 선택이 아니지만 동성애 증오는 선택이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동성애를 커밍아웃한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헝가리 법안이 동성애에 다시 한 번 낙인을 찍고 있다’며 맞서 싸워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내가 나와 동성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걸 처음 느꼈을 때 스스로 나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며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자살하는 많은 젊은이가 있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헝가리 의회는 지난주 학교 성교육이나 영화, 광고 등에서 18살 이하 미성년자에게 동성애나 성전환 등과 관련한 내용을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3일 헝가리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15일 뒤 발효된다.

유럽연합 정상들의 잇따른 비난에 대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나는 동성애의 권리를 인정한다. 이 법은 동성애자를 겨냥한 게 아니라, 아이들과 부모들에 대한 법이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앞서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 17개 나라의 정상은 유럽연합의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에 헝가리 정부를 유럽 정의의 법정에 세울 것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유럽위원회는 헝가리 법무부에 이 법안의 내용에 대한 “해명과 설명,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럽위원회는 서한에서 법안의 몇몇 조문이 “성과 성적 지향에 기초한 차별의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을 보이며 동성애와 성전환, 성다양성을 “포르노, 외설물과 같은 것”으로 놓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로마 교황청이 동성애 등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세속국가이지 종교국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드라기 총리는 23일 밤 상원에 출석해 “이탈리아 의회는 법안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며 “우리 법 체제는 법률이 언제나 헌법의 원칙과 국제적 책무를 존중하도록 보장하며, 여기에는 교회와 맺은 조약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달 초 로마 교황청은 이탈리아 의회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 가톨릭 교회의 종교적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외교 문서를 이탈리아 정부에 전달했다. 교황청은 이 법이 성립되면 동성애의 결합 등을 인정하지 않지 않는 가톨릭 교리에 따른 종교 활동이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동성애자나 성전환자,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으로 돼 있으며, 지난해 11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보수 우파 세력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교황청의 개입에 대해서도 이 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부당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우익 보수세력은 “교황청이 훌륭한 양식을 보였다”고 환영했다. 드라기 총리의 정부는 법안 찬성파와 반대파가 뒤섞여 있는 연립정부인 탓에 이 법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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