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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침을 깨우는 한끼…요즘은 폼나게 먹죠 [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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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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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아침식사를 하는 일은 마치 종교의식처럼 신성한 것이었다. 19세기까지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량 부족 문제로 아침과 저녁에만 식사를 했는데,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아침식사는 그래서 더욱 중요한 일과로 여겨지곤 했다. 역설적으로, 풍요의 시대가 찾아오니 아침 먹을 시간이 없어졌다. 모두가 바쁜 아침을 마주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조식을 거르거나 최대한 간단하게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맥도날드의 전체 매출 중 아침 메뉴의 비율이 25%나 되고, 편의점 또한 바쁜 직장인들의 아침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간편 메뉴를 확대해온 것이 그 방증이다. 든든하고 성대하게 먹기보다는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해 온 것이 최근까지의 아침식사 트렌드였다.

아침식사를 근사하게 차려 먹었던 습관은 인류의 본능인 것일까. 요즘은 아침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인기를 끄는 등 '공들여 차려 먹는' 조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렌드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코로나19 확산이다.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집밥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출근 직전, 혹은 출근을 하며 대충 때우는 것보다 제대로 차려 먹는 아침 한 끼가 하루를 보다 윤택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외부 접촉을 꺼리면서 저녁 약속이 제한된 것도 아침식사의 중요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운동량이 줄어든 '확찐자'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 식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아침식사를 잘 챙겨 먹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아침식사 트렌드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침식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아침 일찍부터 딜리버리 서비스 주문이 접수되는 등 혼자서 풍요로운 시간을 즐기는 '언택트 아침식사' 흐름에 맞춰 브랜드별로 아침식사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외국 여행이 제한되자 여행지에서 먹었던 이국적인 아침식사에 대한 향수를 느낀 소비자들이 아침식사 시장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였던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은 대부분 아침식사를 잘 챙겨 먹는 국가들인데, 해당 국가를 여행하며 찾아 먹었던 아침식사 메뉴가 국내에 유행처럼 도입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활약하던 우리나라의 유명 셰프들도 코로나19로 귀국한 이후 아침식사 시장 성장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저녁보다 더 성대하게 아침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최근 각광받는 아침식사 식당들을 소개한다.

◆ 줄 서서 먹는 영국식 브런치…용산 '어프로치'


2000년대 초반부터 런던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하던 린다 리가 런던의 바오(Bao), XU런던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수형 셰프와 함께 문을 연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린다 리 대표는 코바(Koba), 온 더 밥(On The Bab) 등 우리나라 음식을 활용한 레스토랑으로 런던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영국식 브런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강2가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이 레스토랑에서는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어프로치 브렉퍼스트, 에그솔져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는 물론 영국의 스페셜티커피 로스터 어셈블리(Assembly)의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잘 설계된 아침 메뉴와 도심 속 정원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매일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다.

◆ LA에서 온 에그샌드위치…삼성동 '에그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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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에그슬럿 코엑스점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제공 = SPC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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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계열사 SPC삼립은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물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의 2호점을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오픈했다. 에그슬럿은 파인다이닝 출신 셰프가 달걀과 최상급 식재료를 이용해 '슬로 미학'을 선보이며 요리의 영역에서 에그샌드위치를 예술화한 파인캐주얼 브랜드다. 로스앤젤레스(LA)를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 에그슬럿은 한국에 도입되기 전에도 이미 LA를 대표하는 아침식사 식당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1호점인 코엑스점이 개점할 당시 몰려든 사람들로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에그슬럿은 평일 기준 오전 7시에 문을 여는데, 이에 에그슬럿 코엑스점은 인근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아침식사 메뉴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권 특성상 외국계 회사들이 많아 LA 등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외국계 회사 직원들이 에그슬럿을 자주 찾는다.

오는 7월에는 강남역 인근에 3호점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코엑스에 1호점을 연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어 연이어 매장을 열게 된 것이다.

◆ 창 너머 한강 보며 브런치를…현대백화점 'h´654'


현대백화점이 지난 7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서관 1층에 문을 연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레스토랑 'h´654(에이치654)'는 한강 아라뱃길과 맞닿아 있는 벽이 전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한강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는 이탈리아 햄인 프로슈토와 프랑스 전통 요리 갈레트, 수프 등으로 구성한 '프로슈토 갈레트 플레이트'와 부드러운 우유식빵으로 만든 토스트 위에 계절과일, 크림치즈를 곁들인 '프렌치 토스트'다.

◆ 뜨끈한 곰탕으로 여는 아침…명동 '하동관' 본점


명동의 하동관 본점은 오전 7시면 문을 열어 오후 4시에 닫는다. 코엑스점을 제외한 나머지 지점(여의도점·강남점)도 영업시간은 동일하다. 보약이나 다름없는 곰탕은 본디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 것이 아닌, 고된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먹는 든든한 아침식사용 메뉴였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하동관을 찾으면 든든한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숟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과거의 국밥처럼 가벼운 가격은 아니지만, 든든한 국밥만큼 하루의 에너지가 되는 것이 없기에 아침 일찍 하동관을 찾는 이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하동관을 비롯해 역사가 있는 곰탕집과 소머리국밥집이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이른 오후에 문을 닫는 이유다.

◆ 베트남서 먹었던 그 쌀국수…남영동 '남박'


"아침 일찍부터 여는 쌀국숫집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남준영 셰프가 문을 연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남 셰프는 2019년 삼각지에 '효뜨'라는 베트남 음식점을 열었는데, 입소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자 정말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콘셉트의 식당을 열었다. 메뉴는 쌀국수, 얼큰쌀국수, 반반 비빔면 세 가지가 전부다. 아침식사 전문 식당답게 오전 8시에 열어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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