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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자유이동권' 백신여권…보안은 생명, 신원증명은 숙명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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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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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최근 할머니를 뵈러 고향에 갔다가 동네 어르신들에게 한참을 붙들려 있었다. 백신을 접종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스마트폰에 '백신접종 증명서 앱'을 깔아달라고 부탁하셨기 때문이다. 김씨는 "앞으로 백신 접종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건데 맞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앱이 있어야 한다면서 설치를 원하시더라"며 "간단히 쓸 수 있는 앱이어서 본인인증 과정만 알려드렸는데 다들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쿠브(한국), EUDCC(유럽), 젠캉바오(중국), 그린패스(이스라엘), 코로나파스(덴마크), 엑셀시오르 패스(뉴욕주)….

이름은 다양하지만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증명서, 일명 '백신여권'이다.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백신여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세계 정부가 '백신 인센티브'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백신여권이 수혜 자격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앱, QR코드, 플라스틱 카드, 종이 증명서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해외 출장과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은 지난 4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백신접종 증명시스템 앱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질병관리청이 출시한 코로나19 전자 백신접종증명서(일명 백신여권) '쿠브(coov)'다. 질병청에 따르면 쿠브 앱은 최근 22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자는 1515만121명으로, 접종률은 29.5%다.

질병청은 세계 시장 확산을 염두에 두고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백신접종증명 앱을 준비했다. 쿠브에 활용된 블록체인과 분산형 디지털 신원증명(DID) 기술은 국내 기술 스타트업 '블록체인랩스'가 무상 제공했다. 정부가 공모나 입찰 방식을 거치지 않고 스타트업에서 기술을 제공받은 것과 앱 구동 방식에 보안상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지금까지는 앱이 잘 구동되고 있고 고객 민원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쿠브 앱 관련 민원은 1339에서 통합 대응하고 있다.

물론 백신접종 증명이 진짜 '백신여권' 역할을 하려면 다른 나라와 상호 인정하는 것이 필수다. 이는 외교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질병청은 쿠브 관련 기술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에 홍보와 안내를 해주고 필요하면 '기술 이전'까지 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쿠브 개통 초기부터 관심을 보였고, 이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을 운영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질병청 관계자는 "양국 접종자에게 같은 스펙으로 증명서를 발행하고 있고, 함께 인증할 수 있는 앱 카메라도 배포한 상태"라며 "싱가포르 입출국 시 쿠브 앱으로 인증받는 상호인증 절차도 곧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구체적인 국가명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2~3개국과 추가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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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2일부터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QR체크인에 백신접종증명서를 통합한 서비스도 나온다. 체크인을 하는 동시에 백신 접종자인지 아닌지 바로 가려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현재 전자예방접종증명서를 QR체크인에 추가하는 기능을 각 플랫폼사에서 개발하는 중"이라며 "개통 목표 시기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여권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개인정보 활용 및 유출 우려가 있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차별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체 백신여권 '그린패스'로 실내 출입을 제한한 이스라엘에서는 "그린패스가 접종자와 비접종자로 사회를 이분화하고 있다"면서 비판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백신여권 기술의 꽃은 블록체인이다.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가 들어 있고, 진짜 백신을 맞은 본인임을 증명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보안과 신원증명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흔히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가상화폐를 떠올리는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쿠브 같은 블록체인 기반 앱이 성공 사례로 남는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과 분산형 디지털 신원증명 업계는 이미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쿠브가 세계 여러 나라에 선보이고 세계적 관심을 받으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도 재조명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신여권이 각광받는 이면에는 '데이터'가 있다. 각국 정보는 쿠브 앱 활용뿐 아니라 한국의 의료데이터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코로나 백신 모바일 예약과 잔여백신 예약 시스템 등은 놀라운 사례로 외신 등에 소개된 바 있다. 우리는 접종예약 사이트에서 간편하게 원하는 날짜와 시간, 의료기관을 예약할 수 있고, 국민비서 '구삐'가 카카오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예약 내역을 전송해준다. 접종을 받으면 30분 안에 접종했다는 안내 메시지가 오고 2차 접종일도 알려준다. 사흘 후에는 1차 이상반응을 신고하라는 메시지까지 보내 통합 관리를 해준다.

백신을 맞으면 24시간 안에 질병청 데이터베이스(DB)로 모이고 바로 쿠브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24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1시간 안에 실시간으로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의료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덕분이다. 다른 나라들은 DB가 아예 없다 보니 접종 대상자를 파악해 통보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데도 복잡한 행정절차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접종했는지 파악하는 데도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리고, 실제 접종했는지 검증도 어렵다. 각국 정부는 백신여권 도입을 계기로 한국 같은 의료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27개 회원국이 사용하는 유럽연합(EU) 백신여권은 디지털 서명이 있는 QR코드 방식이다. 이름, 생년월일, 발급일, 백신·검사·항체 관련 정보, 고유 식별자 등 필요한 핵심 정보가 포함된다. 병원, 코로나19 검사장, 보건기관 등 각 발급 기관에는 자체 디지털 서명 키가 있으며 모든 내용은 각 국가의 보안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모든 데이터는 회원국에 남아 있으며 방문국은 인증서의 유효성과 진위성만 확인할 뿐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는다. EU 집행위원회는 국경을 넘어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 백신여권의 진위를 조회할 수 있도록 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앞으로 백신여권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EU 모델처럼 데이터는 각국이 보유하고 다른 나라들은 진위 여부만 확인하는 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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