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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넷플릭스, 다윗 SK브로드밴드에 패소..인터넷 정상화 물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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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상대로 제기한 소송 판결

망대가는 있다(기각)…협상의무는 알아서(각하)

김앤장, 선고 직전까지 변론서 제출…양사 재판정 몰려

KT도 넷플릭스에 망대가 받게될까…아마존·유튜브도 긴장

넷플릭스가 승소했다면 초고속인터넷 소비자 유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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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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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쳐졌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민사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전세계 1위 인터넷 스트리밍방송(OTT)인 넷플릭스가 대한민국의 2위 초고속인터넷 기업인 SK브로드밴드에 ‘통신망이용대가를 줄 필요가 없다(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CP(콘텐츠기업)와 ISP(통신사)간 분쟁은 주로 물밑에서 협상으로 진행돼 왔던 터라, 대한민국 법정에서 이뤄지는 판결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번 판결로 ‘CP가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통신망을 이용했다면 정당하게 망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피고에게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이 부분 부존재 확인 청구는 전부 이유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적었다.

또, 이미 망 대가를 내고 있는 네이버·카카오·왓챠·페이스북처럼 넷플릭스와 구글도 정당한 망이용료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넷플릭스와 구글은 국내 일평균 네트워크 트래픽의 30.7%(과기정통부·넷플릭스 4.8%, 구글 25.9%)를 차지하는데 반해 망대가는 내지 않고 있어,페이스북(3.2%), 네이버(1.8%), 카카오(1.7%)와의 역차별도 해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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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가는 있다(기각)…협상의무는 알아서(각하)

이 재판은 일본 도쿄와 홍콩에 가져다 둔 넷플릭스 서버에서 콘텐츠를 국내로 가져오는데 사용된 SK브로드밴드의 국제 회선과 부산에서 서울·동작 서초로 들어오는 SK브로드밴드 국내망을 이용하는 넷플릭스가 통신망 이용대가를 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SK브로드밴드는 지급 의무가 있다고 했고, 넷플릭스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김형석, 박상인, 김태진)는 25일 넷플릭스의 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는 ‘기각’을, 협상의무가 없다는 주장에는 ‘각하’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 원고가 피고에 대해 협상의무와 대가지급의무 확인을 구하는 사건 협상 의무에 관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의무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명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가 지급의무 관해 보면 원고들과 또는 현재 ~홍콩에서 직접 연결하고 있는데 합의하에 연결하고 있고 합의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할지 말지 어떤 대가 지급할 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마라 그렇게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협상의무 부존재확인은 각하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며 “청구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 소송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협상의무 없다는 부분은 각하이고, 망 이용대가가 없다고 한 부분은 기각을 판단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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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1시 5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566호 법정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망대가 낼 필요가 없다)’의 선고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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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선고 직전까지 변론서 제출…양사 재판정 몰려

넷플릭스는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는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다. 또, 선고 직전까지 김앤장은 변론서를 재판부에 낼 만큼 치열한 논쟁이 이뤄졌다. 재판 당일 서울중앙지방법원 566호 법정에는 양사 관계자들 수십 명이 몰려 기자들은 2명 밖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간 넷플릭스는 △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망 이용은 무상이라거나 △접속은 유상, 전송은 무상이라거나 △망대가를 받는 접속이라고 하려면 글로벌 연결성이 필요한데, 도쿄·홍콩 등에서의 접속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결국 SK브로드밴드의 △망중립성은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고 △국내외에서 접속과 전송을 구분한 사례는 없으며(캘리포니아주법만 예외)△접속의 유형은 다양하고 그 중 직접접속의 방식으로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전용회선을 이용하니 대가를 내라는 반박에 밀렸다.

SK브로드밴드 소송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망중립성은 여러 데이터의 접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지 대가를 무료로 하라는 것은 아니고, 전송과 접속을 구분한 예도 없으며, 글로벌 연결성 주장 역시 넷플릭스 같은 대형 글로벌 CP들은 자기들 고객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해 글로벌 연결성을 주장할 수 없는 사업자들”이라며 “법원이 이런 주장들을 다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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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 사진=뉴시스


SK브로드밴드 환영, 넷플릭스 신중

재판 결과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면서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콘텐츠사업자)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넷플릭스는 “법원의 판결문을 검토하여 향후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항소여부도 판결문을 본 뒤 판단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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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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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도 넷플릭스에 망대가 받게될까…아마존·유튜브도 긴장

강 변호사는 “법원이 CP(콘텐츠기업)와 ISP(통신사) 역할 분담에 대해 판결한 것은 처음이다. 외국에서도 관심있게 본다”면서 “이 재판은 외국 기업을 전혀 차별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국내 비즈니스를 하려면 (외국기업도) 법령과 컬처를 존중해 달라는 취지 아닌가 한다. 하지만 넷플 주장은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민법을 뛰어넘는, 반대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법원이 냉정하게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

그는 “만약 넷플이 불복해 고등법원에 간다면, SK브로드밴드의 경영 판단이겠지만 반소 제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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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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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72억 망 대가 언급…최종 가격은 협상에서 결정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받아야 할 돈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다만, 넷플릭스가 일본 도쿄에 서버를 갖다두기 시작한 2018년 5월부터 다른 ISP를 통하지 않고 SK에 직접 접속한 만큼 이 때부터 사용된 국제회선과 국내회선 사용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한 뒤 3년 만에 데이터 통화량(트래픽)이 30배 정도 증가했고,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는 한국과 일본 간 50Gbps 전용회선을 넷플릭스 전용으로 확보하는 등 막대한 국제망 증설 투자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마지막 변론서에서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할 망 이용대가로 2017년 15억 원, 2020년 272억 원을 언급했지만, 이는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일뿐 협상 과정에서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

재판 결과에 SK뿐 아니라 KT 등 다른 통신사들도 미소짓고 있다. KT는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입점시키면서 망대가 협상 부분을 남겨뒀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추가 협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CP들도 긴장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다른 글로벌 CP들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면서 “국내 CP들은 이미 다 내는 망대가에 대해 글로벌 CP들만 안 낸다면 역차별 문제가 나온다. (만약 재판에서 우리가 졌다면)글로벌CP들이 내야 할 돈(망대가)을 우리 가입자들이 (초고속인터넷요금으로) 내 줘야 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가 승소했다면 초고속인터넷 소비자 유탄


전문가들 역시 넷플릭스에 망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면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정보통신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상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네이버·카카오뿐 아니라 아마존웹서비스(AWS)나 아카마이(Akamai)같은 글로벌 CP들도 국내 ISP(통신망)에 연결한 뒤 해당 망을 이용하기 위해 IDC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면서 “글로벌 CP 중 넷플릭스와 구글만 거부하는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가 승소해)CP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면 다른 이용자 그룹(일반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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