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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fn사설] 최저임금 24% 올리라는 노동계, 자영업자는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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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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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과 근로자위원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800원을 제시했고 사용자 측은 유감을 표시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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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80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올해 8720원보다 23.9% 높은 액수다. 지난 24일 5차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사회 양극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고 2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낮게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하거나 내려야 한다고 맞섰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노동계 요구는 집권 마지막해에 이 약속을 지키라는 '촛불 청구서'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이 잇따라 큰폭으로 뛰면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2018년 16.4%, 2019년 10.9% 2년 연속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이 2016~2020년 아시아 18개국 중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9.2%)이 가장 높다는 통계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방역 지침 탓에 아예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 당연히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137만명으로 전년보다 17만명 줄었다. 자영업자 100명 중 75명은 종업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이다. 이 판국에 최저임금을 1만원 넘게 올린다면 배겨날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얼마나 있겠나.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낮게 오른 건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 고통을 나누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내년에는 경제가 좋아진다는 장밋빛 희망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거라면 이 또한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지금 한국·미국 등은 코로나19 이후 자산 버블의 폐해를 막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차주는 더 힘들어지게 된다.

아무리 협상용 카드라고 해도 25% 인상 요구안은 지나치다. 노동계는 “또 다시 낮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이 파탄나는 결정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모두가 고통분담에 나선 이 때 노동계만 살겠다는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삶을 파탄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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