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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더오래]주식으로 불린 돈 흥청망청 써버리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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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8)



주식과 코인 열풍이 지난 뒤 시장의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투자 결과에 따라 자산의 크기가 크게 변동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불고 있는 부캐 열풍과 함께 부업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는 뉴스가 넘쳐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지혜롭게 잘 써야 한다는 테마는 참 재미가 없습니다. 줄이기는 힘든데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권하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벌고 좀 더 불리더라도 돈을 관리하고 지혜롭게 쓸 줄 모르면 돈은 내 통장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돈 관리와 절약에 대한 수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이 정도는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내용을 정리해 재미없는 이야기를 세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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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가계부 쓰기를 추천하고 또 도전한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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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법, 지출 기록하기



지출 기록은 돈에 대한 감각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숫자로 찍히고 숫자로 떠나가는 돈에 대한 감각이 없는 시대입니다. 손으로 만지고 몇장인지 세어 보고 지불하면 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데, 카드로, 페이로, 자동이체로 돈이 우리를 떠나가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감각이 없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돈을 다루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돈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가계부 쓰기를 추천하고 또 도전합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게으르고 꼼꼼하지 못해 지출 기록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지출을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고 간단하게 기록하고 평가하는 법을 생각해 정리해 봤습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나가는 고정 지출 외에 우리가 쓰는 돈은 소비와 낭비, 투자, 그리고 나눔으로 구성됩니다. 소비는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거나 생활하는 데 사용하는 지출입니다. 낭비는 말 그대로 쓰고 나서 후회하거나 과하게 사용했다고 평가하는 지출입니다. 투자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출한 금액을 적습니다. 나눔은 관계 속에서 지출한 돈을 적습니다. 식으로 나타내면 ‘지출=소비+낭비+투자+나눔’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면 소비일까요? 낭비일까요? 투자일까요? 나눔일까요? 매일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라면 ‘소비’입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나오면서 주위에 1500원짜리 커피가 눈에 들어온다면, 사무실에 가면 좋은 원두 있는데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든다면 ‘낭비’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시간이 도움된다면 ‘투자’이고 누군가의 하소연을 들어주거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면 ‘나눔’입니다. 무엇을 사고 어떤 지출을 했는지보다 어떤 의미인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아주 작은 기록이지만 그 기록은 나를 나타내고 내가 쓰고 있는 돈의 흐름에 대해 알려줍니다. 이렇게 나누어 기록한 것을 한 달에 한 번 정리해 보면 소비, 낭비, 투자, 나눔이 각각 몇 %인지 알 수 있고 그 지출이 적절한지 변경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 예산 세우기



예산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예산은 예산을 수립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드러냅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부의 예산이 바뀌고, 사장이나 기관장이 바뀌면 회사나 단체의 예산이 변경됩니다. 예산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무 생각 없이, 기준이나 원칙 없이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예산이 없으면 늘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정부가 예산을 수립하지 않고 재정을 운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 지자체에서, 정부 각 부처에서 요청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정 장애를 겪으며 제대로 집행하기 힘들 것입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돈을 쓸 곳이 너무 많습니다.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우리를 유혹하는 것도 많습니다. 예산이 없으면 늘 우리는 빈곤과 결핍의 포로가 됩니다. 돈이 부족한 이유는 버는 돈이 적고 투자 수익이 적어서가 아니라 예산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드러내는 예산을 세워봅시다. 앞에서 기록하고 평가한 지출 기록을 바탕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소비할만한 돈이 얼마인지, 내가 낭비하는 지출 중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돈을 늘여야 할지 줄여야 할지, 관계를 위한 소비는 적절한지 기록을 따져보고 적절한 예산을 수립하면 돈을 지혜롭게 쓸 수 있는 기준을 갖게 됩니다. 문화생활을 누리면서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공연 관람’ 예산이 있고, 공동체적인 세상을 꿈꾸는 사람의 예산에는 ‘기부금’항목이 있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의 예산에는 ‘회식비’와 ‘경조사비’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예산을 수립한다고 당장 지출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삶을 바로 살아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마도 우리는 평생 예산과 결산을 맞춰가는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준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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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일기를 쓰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충만감이 커질수록 ‘소비에 대한 욕구’, ‘소유에 대한 욕망’은 줄어든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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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방법, 감사 일기 쓰기



감사 일기란 매일 세 가지 이상 감사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찾아서 적는 일기입니다. 긍정 심리학에서는 매일 감사할 것을 찾아서 감사 일기를 쓰면 긍정성이 강화되어 행복해지고 우울증이 감소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실험결과를 보면 근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행복감이 증대되면 우리의 소비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감사 일기를 쓰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충만감이 커질수록 ‘소비에 대한 욕구’, ‘소유에 대한 욕망’은 줄어듭니다. 과소비나 충동구매를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감정 소비를 줄여줍니다. 화가 나고 슬프고 외로워서 쓰게 되는 돈, 술 한잔하고 홧김에 쇼핑으로 써버리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감사 일기는 그런 돈을 굳게 합니다.

그리고 감사 일기는 전두엽을 강화하는 아주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두엽이 건강해지면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판단을 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다양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야”라면서 다가오는 유혹,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꼭 기회를 잡으세요”라고 유혹하는 홈쇼핑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감사 일기는 돈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실수와 실패를 줄여줍니다.

돈에 대한 모든 기준과 원칙은 가지고 있는 것의 효과와 의미를 극대화해 돈이 우리의 행복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출을 기록하는 것에서 돈에 대한 감각을 찾고, 예산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을 계획하고, 감사 일기를 통해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지혜롭게 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돈을 쓰는 것에서 좀 더 행복해지는 길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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