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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부동산 시장 흔드는 GTX…"내 집 마련 불안해 GTX 호재라도 붙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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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따라 몰리는 유동자금

깜짝 역 발표에 인근 급등

내집 마련 불안한 실수요자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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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호재를 업고 수도권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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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부동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 수도권 집값은 GTX를 따라 고공 행진했다. 정부ㆍ여당이 부동산 특위까지 만들어 집값 안정화에 나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정책이 집값을 거침없이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을 꽁꽁 틀어막은 통에 조그만 호재가 생겨도 시장이 극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GTX 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몰린다. 조짐은 진작부터 있었다. 정부가 2019년 12ㆍ16대책 때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돈은 경기 남부 ‘수용성(수원ㆍ용인ㆍ성남)’으로 몰렸다. 신분당선 연장 계획, 인덕원선 건설과 같은 교통 호재에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 맞물려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 규제가 만든 ‘풍선효과’다.

정부는 이듬해 2월 수원시 영통ㆍ권선ㆍ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 수도권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돈은 또 다른 부동산 호재를 찾아 몰렸고, 집값은 급등했으며, 정부는 규제지역을 늘려갔다. 지난해 6ㆍ17대책을 통해 경기도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지정한 데 이어 12월에 투기과열지역 49개와 조정대상지역 111개 지역을 지정했다.

전국 시군구 236개 중 약 절반이 규제 대상이 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고, 규제까지 많다 보니 호재 있는 몇몇 물량에 돈이 극단적으로 몰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규제로 꽁꽁 묶인 부동산 시장 뚫는 GTX



이미 온갖 규제로 시장이 꽁꽁 묶인 상황이라 GTX의 파급력은 더 매섭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가 GTX-C 노선을 건설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하자 이 노선 호재를 입은 지역의 집값이 일제히 치솟았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수도권 주간 아파트값은 0.35% 올라 2012년 5월 통계작성 이후 9년여 만에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상승률은 0.12%였다.

노선 호재를 직접 입은 지역의 집값은 기대감에 더 고공 행진했다. 안양 동안구(0.95%), 시흥시(0.78%), 군포시(0.78%) 등이 유례없는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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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열차된 GTX.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GTX-C 인덕원역 인근에 있는 경기 의왕시 포일동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는 지난 6일 16억3000만원(25층)에 거래됐다. 지난 4월 말 거래가(15억3000만원ㆍ3층)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올해 1월만 해도 10억대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6억원이 오른 셈이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 호가는 18억 원대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역에서 중개업을 꽤 오래 했지만 이런 상승세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양주도 GTX-C 노선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원래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아파트 가격은 쭉 정체됐던 지역이었다. 옥정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더해지면서 미분양도 심각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양주시 덕정도 양주서희스타힐스2단지의 시세는 올 초 3억5500만원이었다가 이달 들어 5억대가 됐다. 반년 사이 40% 올랐다.



전세 불안감에 GTX 따라 수도권 내 집 마련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불안감을 느끼는 젊은 실수요자도 GTX가 끌어당기고 있다.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 모(40대 초반) 씨는 서울 서대문구의 신축 아파트 전용 84㎡에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 만기까지 8개월이 남았지만, 일산ㆍ김포 등의 신축 아파트 매매를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집 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전셋집을 알아봐야 하는데 같은 평형의 전세 시세가 3억~4억원이 올라 차라리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며 “집값이 많이 올라 떨어질까 봐 고민스럽지만 GTX 호재가 있는 경기 신축 아파트를 둘러보니 가격은 서울보다 낮지만 주거 환경은 서울보다 낫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산의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장 모(32) 씨는 GTX-A 노선 창릉역이 신설이 확정되던 지난해 12월 말 인근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을 급히 샀다. 장 씨는 “언제 이사 나가야 할 지 모르는데 집값은 너무 올라 불안하던 차에 GTX 호재가 있는 오피스텔을 매입했다”며 “당분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어서 오피스텔이 다 지어지면 살다가 GTX가 개통되면 적당할 때 차익을 보고 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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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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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추가 역이 이벤트처럼 갑작스레 발표되고 이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GTX-A 창릉역 추가 설치가 발표되자마자 인근에 있는 덕양구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전용 84㎡가 11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 달 전 8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데서 2억8000만원이 올랐다. 이후 가격은 점차 내려 지난 11일에는 9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GTX가 광역도시계획을 토대로 지자체 간의 숙의를 거쳐 나온 결과여야 하는데 사업자 제안으로 역이 어디가 될지 말지 결정되다 보니 전혀 계획되지 않은 새로운 요소가 생기고 자금이 극단적으로 쏠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금리가 올라가거나 공급 외에는 답이 없는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공급이 꾸준히 계속돼서 지금 안 사더라도 언제든지 집을 살 수 있다는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화ㆍ김원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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