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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무도 1등을 하려하지않았던 경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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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다. 20년 이상 복역한 장기수,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 행사였다.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 바다로 변해 버렸다. 아니, 서로가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다. 그들이 원한 것은 1등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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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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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피를 주시고 어머니는 살을 주셨습니다. 그 피와 살을 또 자녀들에게 나누어줍니다. 그것이 가족입니다. 혈연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이기적인 욕망 밖에는 없습니다. 가족의 사랑은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더욱 뜨겁게 확인됩니다.

글 문병하 목사/양주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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