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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표류하는 실손보험 간소화…국민들은 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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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2021년의 분기점인 6월은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예정으로 끝난 이유는 지난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끝내 논의 안건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진료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전산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이를 금융·보험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팩스나 우편 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이같은 방식 때문에 많은 보험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겪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2년 내 실손 의료보험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총 47.2%에 달했다. 청구를 포기한 사유는 ▲진료 금액이 적어서(51.3%) ▲서류를 챙기러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 서류를 보내기 귀찮아서(23.5%) 등이었다.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2018년 한국갤럽에 의뢰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은 47.5%에 달했다. 사실상 보험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청구권리가 후진적 제도로 인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기자의 경우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물리치료를 6개월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비급여 물리치료 항목은 치료비가 비싼 만큼 꾸준히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비급여 진통제 항목은 크게 비싸지 않아 무심코 넘긴 경우가 많았다. 보험에 대해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기자 조차 실손보험 청구의 불편함이 체감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대부분의 관련자들이 찬성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제도 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의 편익 증가와 전산시스템 선진화 등을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로 청구 절차의 간소화로 업무 효율화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직 의료계만이 청구 간소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사적 계약인데, 제3자인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관련 서류 전송을 법적 의무로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와 비급여 의료 정보를 심평원이 모으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 두 가지가 주된 반대 사유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 사유는 보완된지 오래다. 고객 동의없이 보험사가 독단적으로 고객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현행 보험업법 상 불가능한데다가 개정안에는 위탁한 기관이 함부로 의료정보를 유출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시작된지 약 12년이 흘렀건만, 비슷한 반대 사유만 내놓고 있는 의료계의 주장은 너무나도 공허하다.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위탁기관으로 데이터를 모을 경우 병원들의 주 수익원인 비급여 비용 내역이 공개될 수 있어 의료계가 이익을 위해 결사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약 3400만명에 달하는 ‘제2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고 있다. 명실공히 디지털 세상 속 언제까지 종이를 낭비하며 서류를 주고 받을 것인가. 의료계를 제외한 모두가 원하는 실손보험 간소화는 이제 더 이상 미뤄져선 안된다.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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