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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U 정상들 "헝가리 새 법, 성소수자 차별"…오르반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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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회원국 "EU가치에 위배·도 넘었다" 비판…헝가리 총리, '오해' 주장

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도착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최근 헝가리 의회를 통과한 새 법안이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에게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충돌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모인 다수 EU 회원국 정상들은 해당 법안을 규탄하면서 이와 관련해 헝가리가 한발 물러서도록 압박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EU 내에는 더이상 헝가리가 설 자리가 없다"면서 헝가리에 EU 회원국, 공통의 가치를 지닌 공동체의 일원이 되거나 나가거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뤼테 총리가 헝가리를 EU에서 배제하는 데 대한 언급을 했지만, EU 조약에는 회원국 퇴출에 대한 조항은 없으며, 유럽사법재판소(ECJ)가 벌칙을 부과하도록 규정 위반 절차를 밟거나 이론적으로 EU 내 권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조항만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헝가리에서는 지난 15일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한 법안이 집권당의 주도로 의회를 통과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소아성애 퇴치를 목표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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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전날 "이 법안은 명백히 성적 지향에 근거해 사람들을 차별한다"면서 헝가리에 대응을 경고했다.

이에 앞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10여 개 EU 회원국도 공동 서한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이날 문제의 법안을 "원시적"이라고 비판하고 회원국들의 공동 서한을 언급하면서 17개 유럽 국가가 이 법안은 "도를 넘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성애자인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오르반 총리에게 이 법안의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이날 회의에 도착해 이 법안을 철회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 법은 이미 발표됐고, 공포됐다"면서 끝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른 회원국들이 이 법을 오해하고 있다면서 해당 법은 부모들에게 자녀 성교육에 대한 결정권을 주기 위한 목적이지 동성애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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