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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북 담화에 보인다, ‘낮지만 높은’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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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서열 높은 통전부장·외무상

대남·대미 후속담화로 떠받들어

‘김정은의 입’ 사실상 2인자 노릇


한겨레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 당시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 모습(붉은 원 안). 회의 사흘째인 17일 김여정 부부장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을 18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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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위상과 구실이 독특하다. 그는 노동당 중앙위 위원이자 중앙위 부부장이다. 당중앙위 정치국 (후보) 위원인 리선권 외무상보다 공식 서열이 낮다. 리 외무상은 지난 15~18일 열린 당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 때 정치국원 몫인 ‘주석단 2열’에, 김 부부장은 주석단 밑 일반 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실제 위상·구실은 김 부부장이 리 외무상보다 훨씬 높고 넓은 듯하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리 외무상은 23일 밤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외무성은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이 미국의 서뿌른(섣부른) 평가와 억측과 기대를 일축해버리는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미국)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김 부부장의 전날 담화를 뒤따르는 흐름이다. 북한식 표현을 쓰자면,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반향” 성격의 담화다.

한겨레

지난 17일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 사흘째 회의 때 주석단 2열 맨 왼쪽에 앉은 리선권 외무상.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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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사태’ 땐 김 부부장이 담화로 물꼬를 트자 당 서열이 더 높은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두차례나 후속 담화를 내며 뒤를 떠받쳤다. 당시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 총화(결산) 회의”를 주재한 이는 대남사업 공식 실무 책임자인 장금철 부장이 아니라, 김 부부장과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었다.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김여정 당시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이런 김 부부장의 ‘낮으나 높은’ 독특한 위상과 구실은 그가 권력 핵심에서 공개 활동을 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유일한 피붙이이자 “백두혈통”(김일성·김정일 직계)이라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 부부장은 올해 다섯차례 담화를 발표하며 ‘김정은의 입’ 노릇을 해왔다. 네차례(1월13일, 3월16일, 3월30일, 5월2일)는 남쪽을, 한차례(6월22일)는 미국을 표적으로 삼았다. 김 부부장의 업무 영역이 대남·대미 등을 포괄한다는 방증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김 부부장이 “대남, 대미, 민생,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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