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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마흔살 고참의 투수 등판이 SSG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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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3일 득점 이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김강민.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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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3연전 첫 번째 경기는 SSG 랜더스 팬들에겐 절망스러운 분위기로 흘러갔다. 선발 이태양이 5이닝 9실점으로 무너지는 등 투수진이 난조를 보이며 1-13으로 크게 뒤진 채 9회초를 맞았다.

SSG는 수년간 굳건히 선발 마운드를 지킨 박종훈과 문승원이 최근 동시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부상이 잦았던 외국인 투수 르위키도 집으로 간 상황. 어렵게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날 패배로 잘못하다간 긴 연패의 늪에 빠질 수도 있었다.

9회초 1사 후 하재훈이 23개의 공을 던지자 김원형 SSG 감독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한국 나이 마흔살의 외야수 김강민이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 2001년 SSG의 전신인 SK에 입단해 22년째 ‘원 클럽 맨’으로 뛰는 김강민의 프로 첫 등판이었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어 맥이 빠졌던 SSG 홈 팬들도 김강민의 등장에 신이 났다.

김강민은 비록 정주현에게 홈런을 맞긴 했지만 최고 구속 146km의 빠른 공으로 김재성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깜짝 호투로 SSG 팬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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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LG전에서 역투하는 김강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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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분위기를 바꿨다.

만약 김강민의 등판 없이 경기가 그대로 마무리됐다면 SSG는 대패로 인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2차전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참 선배의 호투 덕분에 덕아웃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다른 한 편으로는 투수 등판까지 마다하지 않는 베테랑을 보며 선수들은 투지를 일깨울 수 있었다.

‘김강민 등판 효과’는 2~3차전에서 확실히 나타났다.

SSG는 23일과 24일 선두 LG를 맞아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하며 2연승을 거뒀다. 23일엔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5회말 6점을 내면서 7대4 역전승을 거뒀고, 24일에는 0-5로 뒤지던 경기를 7회 2점, 8회 5점을 얻으며 8대5로 뒤집었다. 김강민은 24일 경기에선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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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득점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강민. /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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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이날 승리로 공동 3위(37승27패)가 됐다. 선두 LG·삼성(39승28패)와 0.5게임 차에 불과하다.

2년차 오원석이 외국인 투수 폰트와 함께 ‘원·투 펀치’를 이룰 만큼 선발진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SSG는 올 시즌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일단 역전승이 21번으로 KT(22회) 다음으로 가장 많다.

5회까지 지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횟수는 9회로 리그 최다. 심지어 7회까지 뒤진 경기를 역전승으로 이끈 경우도 5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초보 사령탑인 김원형 감독의 경기 운영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선발진의 잇따른 부상 공백에도 효율적인 불펜 운용과 적절한 대타 작전 등으로 SSG를 ‘역전의 명수’로 만들어 놓았다. 결과적으로 22일 김강민의 투수 기용도 팀 분위기를 바꾼 묘수가 됐다.

김원형 감독은 “상대 투수가 호투하고 있고 점수차가 많이 벌어져 경기가 쉽지 않겠다고 봤지만 6회 최정의 홈런이 나왔고 7회 추격하는 점수를 얻으면서 잘하면 게임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며 “8회 추신수와 최정의 안타가 나오고 김강민이 1타점 2루타를 기록하면서 그 포인트에서 분위기 반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김택형을 비롯해 요즘 우리 불펜들도 중간에서 실점 없이 잘 막아줘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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