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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비뚤어진 공정 잣대로 20대 자극 ‘분노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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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에 자격시비

보수언론, 남성 반발글 보도 뒤 점화

별정직 비서관 주로 특채로 뽑는데

청년대변 횔동 외면 ‘20대 여성’ 부각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새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박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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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청와대 1급 비서관에 임명된 박성민(25) 청년비서관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뜨겁다. ‘20대’ ‘여성’ ‘대학생’ ‘발탁’ 등의 열쇳말은 ‘공정’이란 ‘블랙박스’를 거치면서, ‘경험이 일천한’ ‘어린 여성’이 정치권의 ‘특혜’를 받아 고위 공직자에 올랐다는 비난으로 직결됐다. 공정을 원하는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반응이 따라붙었다. ‘36살 제1야당 대표’의 탄생에 열광한 한국 사회가 왜 ‘박성민’에게는 까다로운 걸까. 전문가들은 ‘박성민 현상’엔 ‘자격’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공정성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논란은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점화됐다. ‘청년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1급에 임명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에게 보수언론이 기름을 부으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타올랐다.

박 비서관 인선에 대한 비판은 대략 ‘발탁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 ‘여성만 임명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정치권 특혜를 누린 인사가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느냐’ 등으로 요약된다. 발탁 과정에 대한 의문은 ‘공개 경쟁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입직 경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청년비서관 직책은 지난해 8월31일 신설된 별정직 공무원 자리로 일반 공무원과 달리 시험 절차 없이 주로 특채 형식으로 선발된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별정직인 청와대 비서관은 정치적·정책적으로 필요한 경우 그에 합당한 사람을 선발하라고 합법적으로 두는 직위”라며 “청와대 정무·별정직 중에 시험을 통해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아무개(27)씨는 “내가 준비하는 공무원과 아예 ‘트랙’이 달라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데 왜 이렇게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어린 여성이라서 더욱 공격받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질을 의심하는 이들은 박 비서관이 자력으로 1급에 임명된 게 아니라고 본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박 비서관이 중앙 정치무대에 선 것은 2019년 8월 민주당 청년대변인 공개 오디션을 통과하면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실시해 화제를 모은 ‘대변인 공개채용’과 비슷한 경로를 밟은 것이다. ‘청년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그를 눈여겨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의해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박 비서관은 이후 당 지도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등 민주당 의원들이 쉽게 말하기 힘든 이슈에 내부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청년 대변인에서 여당 최고위원, 청와대 1급으로 짧은 시간 동안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은 맞지만, 그가 자격이 없다고 말하기 힘든 이유다.

‘평범한 대학생’이 아니라서, ‘어린 여성이어서’ 박 비서관이 ‘청춘남녀’의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이 가능하다. 박 비서관은 경기도 용인에서 꽃가게를 하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현재는 대학 근처 하숙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을 둘러싼 ‘황제 휴가’ 의혹이 불거졌을 때, 카투사 출신 친구들을 ‘취재’해 이들의 입장을 최고위원회에서 대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비서관의 인선을 둘러싼 논란엔 ‘무한경쟁 개미지옥’에 살고 있는 청년 세대의 척박한 여건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취직, 주거 등의 불안과 날로 극심해지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실질적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 한, 청년들의 ‘공정을 향한 아우성’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 익숙한 ‘폐쇄적인 정치 시스템’이 자초한 탓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권 관계자는 “내년 5월이면 (비서관) 임기가 끝나고 누가 와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파격 인사를 한 것은 ‘우리가 청년 이야기를 들으려고 이렇게 노력한다’는 메시지용으로만 박 비서관을 소비하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앞으로 박 비서관이 청년비서관으로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고, 어떻게 청년세대와 공감하며 정확히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성민 현상’이 잦아든 뒤에도 박성민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노지원 이완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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