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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7세에 佛 입양된 한국계 요리사 “제 비빔밥, TGV서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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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때 입양된 피에르 상이 개발한 3가지 한국식 메뉴 TGV가 채택

조선일보

피에르 상이 22일 파리 몽파르나스역에 정차한 TGV 식당칸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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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속열차 TGV의 식당칸에서 비빔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입양된 프랑스 요리사 피에르 상(42)의 한식 요리를 국영철도공사(SNCF)가 TGV 식당칸의 새 메뉴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SNCF는 코로나 사태로 폐쇄했던 식당칸 영업을 지난 9일 재개하면서 피에르 상이 개발한 한국식 메뉴를 채택했다. 닭고기를 넣은 비빔밥, 두부와 고춧가루가 들어간 파스타, 김치를 곁들인 콩 샐러드 등 3가지다. 값은 모두 13.9유로(약 1만9000원)다. 오는 11월까지 하루 약 500편 편성되는 모든 TGV에서 팔린다.

지난 22일 파리 몽파르나스역에 정차한 TGV 식당칸에서 만난 피에르 상은 “한국 음식이 프랑스에 꽤 알려졌지만 아직은 한식당이 몰려 있는 파리에서 많이 즐기는 편”이라며 “지방에 사는 프랑스인들까지 TGV에서 한식을 맛보게 된 게 참 좋다”고 했다. 지난 9일부터 21일까지 그의 3가지 한식 메뉴는 모두 3만5000개 팔렸다. SNCF 측은 방역에 따른 이동 제약이 없어지면 판매가 훨씬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에르 상은 일곱 살 때 프랑스 남부 오베르뉴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본명은 김상만, 프랑스 이름은 피에르 상 부아예다. 요리사로선 피에르 상이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2011년 프랑스 TV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톱 셰프’에 출연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이 방한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서울에 온 적 있다. 2012년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첫 식당을 개업했고, 현재 파리에서 식당 5개를 운영하고 있다. 피에르 상은 “제 식당에서 알게 된 손님들이 열차에서도 제 음식을 맛보곤 문자 메시지를 많이 보내왔다”며 활짝 웃었다.

SNCF는 2016년부터 유명 요리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TGV 식당칸에서 파는 음식을 개발해왔다. 한식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자 지난해 가을 피에르 상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에르 상은 “처음엔 망설였다”고 했다.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요리법(레시피)을 제공하면 SNCF 납품 업체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식어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재료를 중심으로 레시피를 개발했다. 스테파니 코스 SNCF 마케팅 담당 이사는 “비빔밥에서 볼 수 있듯 한식은 재료를 쭉 펼쳐 대접하니까 맛과 향은 물론이고 시각적으로도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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