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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나루히토 일왕, 올림픽 감염확대 우려할 것” 日 궁내청 장관 발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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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나루히토 일왕.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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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德仁) 일왕이 도쿄올림픽 개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할 것이라는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궁내청 장관의 발언이 일본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왕이 아닌 장관 개인의 생각”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인터넷에서는 “국민의 마음에 공감한 것”이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니시무라 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일왕의 인식과 관련해 “국민들 사이에 불안의 목소리가 있는 가운데, 폐하는 개최가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계신다고 배찰(拜察)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장관은 이 말을 일왕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제가 피부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직접 그런 말씀을 들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배찰이란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는 것을 말한다. 일왕은 상징적인 존재라 정치적인 간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그런 말을 했다고 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짐작해 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니시무라 장관은 또 “감염이 확산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위원회를 비롯해 관계 기관이 협력해 감염 방지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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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23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도쿄도청 제1청사 앞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여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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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두 명예총재를 맡고 있는 나루히토 일왕은 개막식에 참석해 개회를 선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2013년 대회 유치가 결정된 후 매년 자신의 생일 회견에서 올림픽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생일 회견에서는 올림픽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걱정만 얘기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니시무라 장관의 이례적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궁내청 장관이 자기 생각을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서는 올림픽을 통한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국민에게 일왕이 공감을 표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이날 밤 트위터에서 “관방장관은 니시무라 장관의 개인 의견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폐하께서는 자신이 언급하면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장관을 통해 말하게 한 것이다. 폐하의 생각을 알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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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관방장관은 니시무라 장관의 개인 의견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고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폐하께서는 자신이 언급하면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장관을 통해 말하게 한 것이다. 폐하의 생각을 알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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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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