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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권위 "이성교제 중징계한 해사, 행복추구권 침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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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취소·'이성교제 금지' 생활예규 개정 권고

해사 "징계 생도 권리 원상회복·관련 규정 조속히 폐지할 것"

연합뉴스

해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유현민 기자 = 1학년 이성교제 금지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생도 47명을 중징계한 해군사관학교의 조치가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군인에 준하는 사관생도 신분을 고려하더라도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해군사관학교장에게 피해자 47명의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사관생도 생활예규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 해사 생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해사 훈육위원회에서 징계가 의결된 생도 47명을 피해자로 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하며 "해사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성인이 이성교제를 했다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단순 경과실이 아닌 Ⅰ급 과실로 취급하고 과실점 300점을 부과해 추후 해외유학, 파견, 졸업포상, 타 대학 위탁교육 등에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이어 "징계결정 이후 매주 반성문을 제출해야 했고 매일 지정시간에 전투복 착용 상태로 집합해 단체자습을 해야 했다"며 "마치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해사 측은 "1학년 생도의 생도생활 조기 적응, 강요에 의한 이성교제로부터 1학년 생도 보호, 상급 생도의 1학년 지도·평가 시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관학교에서 품행 관련 규율을 정하고 위반 시 징계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사관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1학년 생도의 이성교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Ⅰ급 과실로 징계하는 것은 기본권 보장의무를 국가의 기본책무로 정한 헌법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사생활 영역의 이성교제를 구타·폭언·가혹행위나 성추행·성희롱, 절도행위 등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해 Ⅰ급 과실로 의율한다는 점에서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육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도 비슷한 규정이 있으나 징계처분 수위가 경징계로 낮았고, 3년간 징계사례는 각각 4명, 0명이었다. 해사는 3년간 53명이 징계를 받았고 그중 4명은 퇴학당했다.

또 육사는 지난 2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생도 간 이성교제를 전면 허용하기로 하고 육군본부에 생도생활예규 개정안을 건의했으며, 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1학년끼리의 이성교제는 허용하고 있다.

인권위는 "예규상 제한하는 '이성에게 교제를 목적으로 개인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행위라는 것이 어떤 행위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며 "이성교제 목적이라는 것을 국가기관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해사는 이날 인권위 권고에 대해 "처분을 받은 사관생도들의 권리를 원상회복하고 1학년의 이성교제를 금지한 규정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정 중"이라며 "조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 권고 취지를 존중하며, 해사의 교육목표 달성과 사관생도의 기본권이 강화되도록 관련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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