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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영국 군함에 경고 사격했다는 러시아, 아니라는 영국…흑해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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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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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흑해 러시아 영해를 침범한 영국 구축함 HMS 디펜더의 모습이 담긴 러시아 국방부 촬영 영상 캡쳐 화면. 흑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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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영국이 영해 무단침입 사건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영국 군함이 영해를 침범해 경고 사격을 날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영해 침입과 경고 사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서방권 국가들이 흑해 합동 군사훈련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영국의 충돌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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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와 흑해 지도. 빨간색 선은 영국 구축함 HMS이 23일(현지시간) 지나간 항로를 나타낸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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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영국 구축함 HMS 디펜더가 자국 크림반도 피오렌트 곶 주변의 영해를 허락 없이 넘고 3㎞를 항해해 이들에게 경고 사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2분쯤 영국 군함이 다가오자 러시아군은 “러시아 국경을 침범하면 공격받을 것”이라고 영국 함대 측에 경고했다. 하지만 영국 군함은 이에 따르지 않았고, 러시아 국경수비대 경비함정은 오후 12시6분쯤 경고 사격을 시작했다. 그래도 영국 군함이 자국 영해를 떠나지 않자 러시아군은 오후 12시19분쯤 수호이(SU)-24M 폭격기를 동원해 영국 군함 근처에서 경고의 의미로 OFAB-250 폭탄 4발을 투하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오후 12시23분쯤 흑해 함대와 국경수비대의 조치로 영국 함대가 러시아의 영해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곧바로 영해 침입 사실을 부인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영국 해군 함정은 당시 우크라이나 영해를 지나가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흑해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이에 앞서 사전 경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HMS 디펜더를 향한 사격은 없었으며, 군함이 지나던 항로에 폭탄이 떨어졌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 취재를 위해 HMS 디펜더에 타고 있었던 BBC 방송 기자 조나단 빌레는 “라디오를 통해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사격하겠다’는 경고가 들렸고, 이후 멀리서 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탑승 당시 항공기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며 러시아 함대가 영국 함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BBC 방송은 당시 현장에 20대 이상의 러시아 군용기와 2척의 러시아 해안 경비대 군함이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영국이 노골적으로 도발한다”며 영국 군함이 자국 영해로 넘어온 모습이 찍힌 영상을 공개하고, 영국 대사를 초치해 사건 경위 조사를 요구했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외교적, 군사적 방법으로 국경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흑해와 흑해가 둘러싸고 있는 크림반도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2014년 러시아는 무력으로 크림반도 영토와 영해를 차지했지만, 미국과 서유럽국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참여하는 나라들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흑해에 자국 군함을 파견하고, 영공에 전투기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나토 국가 군함과 전투기들이 일주일 동안 잇따라 흑해에 진입하자 러시아는 자국 병력을 투입해 경고 대응했다.

러시아는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합동 군사훈련 ‘시 브리즈’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시 브리즈는 영국을 비롯해 러시아가 견제하는 우크라이나, 미국 등 30여개국이 흑해에서 군인 5000여명과 함정 32척, 항공기 40대가 참여하는 연례 군사 훈련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일 “(시 브리즈) 해상훈련을 면밀히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국가 안보를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훈련을 견제했다.

AP통신은 냉전 이후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 함선 저지를 위해 실탄을 사용했다고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이번 사건은 최근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사적 위험 역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러시아, 우크라 내전 개입 시사…“미국, 흑해 군함 파견 검토”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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