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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논란’…비뚤어진 공정 잣대로 20대 자극 ‘분노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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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박성민 청년비서관에 ‘특혜’ 자격 시비

‘누구는 취직 준비로 고생하는데’ 남성 커뮤니티 댓글 언론보도 뒤 점화

청년대변 활동 외면 ‘20대 여성’ 부각…“‘청년 이미지’만 소비될까 우려”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새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박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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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청와대 1급 비서관에 임명된 박성민(25) 청년비서관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뜨겁다. ‘20대’ ‘여성’ ‘대학생’ ‘발탁’ 등의 열쇳말은 ‘공정’이란 ‘블랙박스’를 거치면서, ‘경험이 일천’한 ‘어린 여성’이 정치권의 ’특혜’를 받아 고위 공직자에 올랐다는 비난으로 직결됐다. 공정을 원하는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반응도 따라붙었다. ‘36살 제1야당 대표’의 탄생에 열광한 한국 사회가 왜 ‘박성민’에게는 까다로울까. 전문가들은 ‘박성민 현상’엔 ‘자격’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공정성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박 비서관이 보여주는 역할과 성과에 따라 파격적 정치실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낙관도 나온다.

초고속 승진은 맞지만 ‘무자격’ 비판은 부당


논란은 언론이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을 보도하면서 점화됐다. ‘청년에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1급에 임명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보수 언론이 기름을 부으면서 ‘공정성 논란’은 거세게 타올랐다. 지금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성민 현상’에 대한 격론이 진행중이다. 계약직 회사원인 박아무개(27)씨는 “박 비서관 임명 직후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언론에서 계속 ‘청년 박탈감’을 강조하다 보니 박성민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됐다”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이런 정서에 편승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수년간 노량진 고시원에서 머리를 싸매도, 온갖 자격증을 따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고 노력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일반적인 청년의 경우 바늘구멍 같은 행정고시를 통과한다 한들 정년퇴직 전까지 1급을 달기도 어려운 마당에 보여주기식 낙하산 인사로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오고 있으니, 여전히 이 정권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 인선에 대한 비판은 대략 ‘발탁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 ‘여성만 임명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정치권 특혜를 누린 인사가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느냐’ 등으로 요약된다. 발탁 과정에서 ‘공개 경쟁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9급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울고 있는 청년들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낙하산 특혜 인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입직 경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청년비서관 직책은 지난해 8월31일 신설된 별정직 공무원 자리다. 별정직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시험 절차 없이 주로 특채 형식으로 선발된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별정직인 청와대 비서관은 정치적으로 필요하거나 정책적으로 필요한 경우 그에 합당한 사회적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라고 합법적으로 두는 직위”라며 “청와대 정무·별정직 중에 시험을 통해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자질을 의심하는 이들은 박 비서관이 ‘자력’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게 아니라고 본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용인시 청년정책위 공동위원장 등 지역에서 활동하던 박 비서관이 중앙 정치로 옮겨온 것은 2019년 8월 민주당 청년대변인 공개 오디션을 통과하면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실시해 화제를 모은 ‘대변인 공개채용’과 비슷한 경로를 밟은 것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년·여성·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청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놓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를 눈여겨 본 것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다. 이 전 대표에 의해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박 비서관은 이후 당 지도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등 민주당 의원들이 쉽게 말하기 힘든 이슈에 ‘내로남불’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부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청년 대변인에서 여당 최고위원, 청와대 1급으로 짧은 시간 동안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은 맞지만, 그가 자격이 없다고 말하기 힘든 이유다.

또다른 ‘청년 이미지’ 소비로 그쳐선 안 돼


‘평범한 대학생’이 아니라서, ‘젊은 여성이라서’ 박 비서관이 ‘청춘남녀’의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이 가능하다. 박 비서관은 경기도 용인에서 꽃가게를 하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현재는 대학 근처 하숙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추 전 장관의 아들을 둘러싼 ‘황제 휴가’ 의혹이 불거졌을 때, 카투사 출신 친구들의 입장을 ‘취재’해 최고위원회에서 대변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아무개(27)씨는 “내가 준비하는 공무원과 아예 ‘트랙’이 달라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데 왜 이렇게 반발하는지 모르겠다. 어린 여성이라서 더욱 공격받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복경 대표는 “청년을 위한 비서관이니 청년을 앉힌 것 아니냐”며 “20대 문제를 언제까지 경험 많은 윗세대가 대변하겠나. 당사자가 직접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비서관의 인선을 둘러싼 논란엔 ‘무한경쟁 개미지옥’에 살고 있는 청년 세대의 척박한 여건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취직, 주거 등의 불안과 날로 극심해지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실질적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 한, 청년들의 ‘공정을 향한 아우성’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 익숙한 ‘폐쇄적인 정치 시스템’이 자초한 탓도 있다. 박 비서관이 민주당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하거나 대변인 논평을 내더라도 언론이나 대중의 주목받을 기회는 기성 정치인에 비해 많지 않았다. 정치권 밖에 있는 이들에겐 이른바 ‘듣보잡’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표출된 엠제트(MZ)세대의 표심에 화들짝 놀란 청와대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박 비서관을 기용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김선기(32)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청년도 청와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박 비서관을 채용한 ‘정치적 타이밍’에 담긴 의도가 아쉽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권 관계자는 “내년 5월이면 (비서관) 임기가 끝나고 현재 부처의 예산 편성도 사실상 마무리 된 상황이다. 누가 와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파격 인사를 한 것은 ‘우리가 청년 이야기를 들으려고 이렇게 노력한다’는 메시지용으로만 박 비서관을 소비하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앞으로 박 비서관이 청년비서관으로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고 어떻게 청년세대와 공감하며 정확히 이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하느냐가 관건이다. ‘박성민 현상’이 잦아든 이후에도 박성민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노지원 이완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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