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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용진이 점찍은 컨테이너 농장···IoT 접목 생산량 100배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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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편집자주] 식량 문제와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3대 위기로 꼽힙니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당장 우리 앞에 다가온 전 지구적 현실입니다. 영화나 만화에서는 '히어로'가 나타나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합니다. 실제 현실에도 이런 히어로가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위기 요인들을 개선하겠다고 총대를 멘 히어로, '스타트업 어벤져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 어벤져스-ⓛ식량위기](4)스마트농업, '생산·수확·유통' 빅데이터로 영농의사결정 최적화

머니투데이

#광대한 농지에 파종부터 비료 투입, 수확까지 자율주행 트랙터 등 농기계가 알아서 작업한다. 인공위성·드론에서 실시간으로 날씨·작황 정보를 받아 분석한다. 축구장 7개 만한 대규모 스마트팜에서는 빛과 온도, 습도 등을 환경을 통합제어해 생산량을 10배 이상 높인다. 반대로 물 사용량은 토양 수분함량을 분석과 자율 관수제어로 25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먼 미래 모습이 아닌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스마트농가의 현주소다. 글로벌 애그테크(AgTech·농업과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 기업들이 농가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지난해 137억달러(약 16조원)에서 2025년 220억달러(약 25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9.8%다. 존디어(John Deere), 몬산토(Monsanto) 등 전통적인 농업 대기업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 글로벌 대기업·투자사까지 애그테크 분야 투자에 팔을 걷어부쳤다.

애그테크 투자 및 시장조사업체 '어그펀드'는 전세계 애그테크 투자 규모가 2010년 4억달러(약 4700억원)에서 2019년 200억달러(약 23조5900억원), 지난해 310달러(약 35조원)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난' 우려뿐 아니라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이후 커진 국가간 '식량안보' 문제가 불을 지폈다.


글로벌 농업기업부터 IT 대기업들 스타트업 투자 확대

전통적 농업 중장비 제조사로 유명한 존디어는 농기계 제조업체가 아닌 미국 스마트팜 선두기업으로의 변신 중이다.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업체 '나브콤', AI 스타트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를 각각 인수해 2019년 GPS와 카메라 영상을 이용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내놓기도 했다. 몬산토는 빅데이터 스타트업 '클라이밋'을 인수, 날씨·작황 데이터를 분석해 영농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들도 애그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벤처스는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인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1500만달러(약 177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공공·민간 업체 작물 수확량, 날씨, 재배 방법 등 스마트농업 데이터를 평가·분석한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도 2017년 '수직농장' 개발·운영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플렌티에 2억달러(약 2360억원)를 투자했다. 플렌티는 수직농장 방식으로 한 장소에서 전통적인 농장보다 350배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MS는 아예 '애저 팜비트'라는 장기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2050년까지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을 현재보다 70% 늘린다는 목표다. 여러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국내 시장 6조원 규모…"기술 격차 따라잡을 IT 인프라 강점"

국내 스마트농업 전체 시장은 2015년 3조6051억원에서 올해 5조675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시장 규모는 6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 년전부터 스마트농업 투자가 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투자가 늦은 만큼 선진국 업체 대비 주요 부분의 기술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해외는 자율주행 농기계가 상용화되고 자율관수도 일부 상용화 한 단계다. 2~3년 내 자율주행 트랙터로 완전한 자율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는 아직 대부분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약 70% 수준이다. 기간으로는 5년 정도 격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은 풍부한 IT 제반환경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농업 빅데이터를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학 소풍벤처스 파트너는 "코로나19 이후 민간 투자자들도 애그테크 기업을 찾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농업 환경이 체계적으로 축적된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IT 인프라와 개발인력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단시간 내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린랩스는 국내 첫 '농업 유니콘'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재래식 농법을 개량한 실제 '스마트팜' 구축·운영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디지털 농업' 서비스가 핵심 사업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의 농업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수직농장' 기술 분야에 특화한 스타트업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점찍은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6월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엔씽 지분투자에 나섰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수직농장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수경재배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98% 절약하면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100배나 늘릴 수 있다. 중동 지역에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을 '턴키' 수출 중이다.

에이아이에스는 실내가 아닌 노지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한다. 품종, 토양, 기상 등 각종 생육 정보를 취합해 노지작물의 생산량을 기존보다 20~30% 끌어올릴 수 있다. 쉘파스페이스는 인공 광원을 통해 식물 생장을 단계별로 정밀제어하는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다. 품종별 식물의 발아·모종·이식·생장·수확 전 단계의 필요한 최적의 인공 광원을 방출한다.

다만 여전히 해외 애그테크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생산과 설비·시공 쪽에 사업들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캐피탈(VC) 파트너는 "해외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가치사슬에 걸쳐 기술이 상당히 고도화된 부분이 많지만,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보조자금이 나오는 설비 쪽에 치중해 있다"며 "수확, 유통, 소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스타트업이 나와야 전체적인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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