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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美정치의 진보… 두 번째 흑인 뉴욕시장·61년 만의 대도시 사회주의자 시장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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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州 민주당 후보 경선서 애덤스·월튼 유력
앤드루 양 하차로 첫 아시아계 뉴욕시장 무산
한국일보

미국 뉴욕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투표가 치러진 22일 밤 민주당 유력 후보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이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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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미국 뉴욕주(州)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사상 두 번째 흑인 뉴욕시장’과 ‘61년 만의 대도시 사회주의자 시장’이 한꺼번에 배출될 전망이다. 실제 현실화하면 인종·이념적 측면에서 미 정치사(史)상 또 하나의 진보적 성취가 되는 셈이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뉴욕경찰(NYPD) 출신 흑인 남성 에릭 애덤스(61)가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흑인 여성 인권 변호사 마야 와일리(57)를 7만5,000표로 따돌렸다. 지난달 중순까지 경선 레이스를 이끌던 대만계 앤드루 양(46)은 4위에 그치며 하차해 ‘아시아계 뉴욕시장 1호’ 탄생은 무산됐다.

물론 아직 최종 후보가 확정된 건 아니다. 최종 집계 결과는 늦으면 다음 달 중순쯤에나 나온다. 부재자 투표 개표가 남은 데다, 1순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다시 집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도입된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최대 5명의 후보를 좋아하는 순서대로 적어 내는 방식인데, 1순위 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를 찍은 유권자의 2순위 표를 해당 후보한테 재분배하게 된다.

그러나 선두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 헌터 칼리지의 정치학 명예교수 켄 셰릴은 2위 와일리, 3위인 뉴욕시 위생국장 출신 백인 여성 캐스린 가르시아(51)가 이길 확률에 대해 NYT에 “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7만5,000표는 극복하기에 너무 큰 차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20년간 1라운드 1위가 경선 승리자가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뉴욕시에 이어 뉴욕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펄로의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에선 간호사 출신 흑인 여성 인디아 월튼(38)이 사실상 승리했다. 득표율 차이(8%포인트)를 감안할 때 경쟁자였던 현직 시장 바이런 브라운(62)이 뒤집긴 힘들다는 게 NYT 분석이다. 월튼은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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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도시인 버펄로의 시장 선거에 나선 사회주의자 후보 인디아 월튼이 22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 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버펄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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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로 유력해진 애덤스와 월튼은 공화당 후보와 맞붙는 11월 2일 본선에서도 당선될 공산이 크다. 두 도시 모두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다. 오랫동안 민주당 경선이 ‘시장 선거 본선’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성과는 고스란히 미 정치의 성과다. 내년 1월 애덤스가 취임하면 1990~1994년 재임했던 데이비드 딩킨스에 이어 두 번째 흑인 뉴욕시장이다. 월튼은 1948~60년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장으로 일했던 프랭크 자이들러 이후 61년 만에 등장하는 주요 도시의 사회주의자 시장이 된다.

하지만 의미는 좀 다르다. 우선 월튼의 버펄로 경선 승리는 민주당 내 좌파 세력의 영향력이 확인된 사건이라는 게 NYT 평가다. 14세 때 미혼모가 된 뒤 아이 4명을 키우며 풀뿌리 정치운동에 적극 참여해 온 월튼은 이번 경선에서 각각 사회주의자와 노동자가 주축인 단체 ‘민주적사회주의자(DSA)’와 노동가족당(WFP)의 지원을 받았다. 핵심 공약도 경찰 개혁과 임대료 상한제 도입, 지역 공립 은행 설립 등이었다.

반면 20년간 경찰관으로 재직한 애덤스의 승리는 진보 운동 교착의 신호일 수도 있다. NYT는 “1~4위 중 1, 3, 4위가 온건 중도 성향이라는 사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뉴욕시 분위기를 반영한다”며 “최근 총기 폭력 증가가 치안을 압도적 이슈로 만든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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