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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죽음의 상인에 관용없다”… 바이든 ‘범죄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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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속 살인 등 강력범죄 급증에 예방대책

총기 불법 판매땐 즉각 면허 취소

의회 총기규제법 처리 거듭 촉구

예산 투입 법 집행 인력 증원나서

중간선거 앞두고 치안쪽으로 무게

NYT “당내 긴급 정치의제 공감대”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거행된 존 워너 전 공화당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 남편으로도 유명했던 워너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94세로 별세했다.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은 부인 질 여사. 워싱턴=AP연합뉴스


“죽음의 상인(총기 밀매상)들이 잇속을 위해 법을 어기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이 거리에서 죽음과 대혼란을 팔지 못하도록 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총기 밀매 단속에 초점을 맞춘 범죄 예방 전략을 내놨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살인 등 강력범죄가 증가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인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과 민주당이 ‘범죄와의 전쟁’ 쪽으로 정책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등과 회의 직후 ‘불량 총기 판매상’ 단속 강화, 공공안전 예산 지원 확대 등 내용을 담은 범죄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소지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총기를 팔거나 신원조회를 게을리하고 범죄에 쓰인 총기 추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총기 판매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총기 판매상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르면서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의회를 향해 총기규제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공격용 무기 금지,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총기 제조사 면책조항 철폐를 포함한 총기규제법안들은 지난 3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공화당 반대로 상원에 발이 묶여 있다.

이날 대책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몇 개월간 급락한 범죄율이 다시 증가한 가운데 나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3월 미 연방수사국(FBI)이 내놓은 예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범죄는 전년 대비 6% 감소했지만, 살인은 25%나 증가했다. 폭력 범죄도 약 3% 늘었다. 미국 내 살인사건의 4분의 3가량은 총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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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14일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시(市) 주택가 뒷마당에서 열린 15살 소년의 생일 파티에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했다. 사진은 총격에 파손된 차량. 'beaconjournal' 홈페이지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범죄율이 증가하는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우리가 전염병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여름 범죄 급증세가 평소보다 훨씬 뚜렷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대책에는 특히 코로나19 구제 기금에서 3500억달러를 조달해 법 집행인력을 대유행 이전 시기 수준보다도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 운동에 불이 붙으며 민주당 내 좌파가 지원사격에 나선 것을 떠올리면, 정반대 방향의 움직임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는 범죄 대응을 긴급한 정치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들은 2022년 중간선거를 경찰개혁을 지지하는 민주당 대 법치의 이름으로 경찰을 지지하는 공화당 간의 싸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공화당은 지난해 흑인 인권 시위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에 대한 반감이 경찰 사기 저하와 치안 악화로 이어졌다며 범죄 대응을 민주당 정권의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

뉴욕시장 후보를 뽑기 위해 지난 22일 치러진 민주당 경선 결과도 대중의 관심이 안전 쪽에 쏠려 있음을 보여준다. 개표율 83% 현재 뉴욕경찰(NYPD) 출신인 에릭 애덤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때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31.7%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면서다. 지난 18일 뉴욕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응답자(29.4%)가 이번 선거 이슈로 ‘치안’을 꼽아 주거(10.6%), 일자리·경제(8.3%) 등을 압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법 집행기관이나 지역 공동체에 등을 돌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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