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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음식점도 갑질손님 가려받게 해달라” 고객차단 깜깜이 배달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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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쿠팡이츠에 입점해 있는 한 식당의 자영업자가 제공한 매장용 영수증에는 고객의 요청사항과 메뉴, 주문금액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고객의 주소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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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배달집 사장은 주문대로 요리만 할 뿐, 이 음식이 어디로 배달되는지는 몰라요. 일부 상습적인 블랙컨슈머가 있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파악이 안 됩니다.”(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A씨)

배달앱, 특히 ‘쿠팡이츠’가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마련한 시스템이 자영업자들로부터 ‘갑질 양산 시스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습적으로 환불을 요청하며 변상 부담을 떠넘기는 ‘블랙컨슈머’들이 있지만 이들이 익명의 보호막 아래 숨어 있다 보니 점주로서는 어떤 고객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주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고객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면서 음식점 사장들은 “점주도 고객을 가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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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갑질을 고발한 MBC '뉴스데스크' 화면.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최근 고객으로부터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집요한 항의를 받았고 결국 사과와 함께 환불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통화를 통한 폭언과 리뷰 테러 등이 이어졌는데 점주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쓰러져 끝내 숨졌다.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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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이츠 입점 업체는 앱을 통해 주문이 접수되면 어떤 음식이 주문됐는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해당 음식을 어디로 배달되는지는 알 수 없다. 조리가 완료되면 배달기사를 기다려야 하고, 배달기사가 안내받은 주문번호를 찾아 ‘픽업 완료’ 버튼을 누르면 그제서야 배달기사에게만 고객 주소가 노출된다.

고객정보가 플랫폼 밖으로 새어나가서 점주가 고객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고객 집을 방문해 부정적 리뷰 내용에 대해 항의하는 등의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식당에 대한 부정적 리뷰를 남기거나 이를 악용해 환불 등을 받아내려는 ‘갑질 고객’이 등장했을 때다. 오해가 있어 해명하고 싶다거나 혹은 거짓 내용의 리뷰를 삭제해 달라고 항의하려 해도 배달 후 3시간이 지나면 가성 번호마저 삭제되기 때문에 점주로서는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현재는 고객이 작성한 리뷰 내용에 댓글을 달 수도 없다. 고객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할 말을 남긴 뒤 중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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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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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제가 생겼던 주문 건과 해당 고객의 주소를 서로 연결지을 수 없다 보니 문제 고객이 다시 음식 주문을 하더라도 사전에 인지할 수 없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경쟁 배달앱은 어떨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고객 연락처를 가상 번호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주소는 비교적 개방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쿠팡이츠와 다른 배달앱의 서비스 방식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주문 중개와 배달을 함께 처리하지만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에 접수되는 주문은 90% 이상이 점주가 개별적으로 계약한 배달대행사에 의해 처리된다. 외부에 배달대행을 요청하다 보니 당연히 점주는 고객의 주소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주문 중개와 배달을 함께 처리하는 경우를 놓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해도 쿠팡이츠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은 다소 깐깐하다는 평가다. 배달의민족은 자체 배달대행사인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하거나 단건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 서비스로 접수된 주문을 처리할 때, 점주에게 고객의 주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가상 번호도 수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이 점은 쿠팡이츠와 동일하다. 대신 배달의민족 점주는 앱을 통해 고객이 남긴 리뷰에 댓글을 남길 수 있게 했다. 해당 고객이 과거에 어떤 식당에 어떤 리뷰를 달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점주나 다른 고객들이 해당 리뷰의 신뢰도를 판별할 수 있다.

요기요도 유사하다. 직접 배달(요기요 익스프레스)은 주소를 숨기지만 일반 주문 중개는 당일과 전날 이뤄진 주문까지 점주가 고객 주소와 가상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최소 24시간 동안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창구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점주가 고객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보니 특정 고객이 악의적인 보상 요구를 수차례 반복한다면 이를 인지하고 플랫폼 측에 제재를 요구할 수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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