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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생태탕처럼 역풍 맞을라···송영길 "尹 X파일 없다" 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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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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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돌입이냐, 전략적 뒷짐이냐.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태세 전환을 저울질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간 X파일의 실체가 하나둘 새로 드러나면서 생긴 고민이다.



野에서 되돌아온 화살



24일 국민의힘은 “X파일의 실체를 처음 주장한 송 대표가 작성 경위, 관여 기관과 인물, 내용 등을 밝히고 공개검증을 거쳐야 한다”(조수진 최고위원)고 주장했다. 전날 친여 성향 유튜브 매체인 ‘열린공감TV’가 “최근에 돌고 있는 윤석열 X파일 중 목차가 담긴 6페이지 부분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밝히자 X파일 작성과 검증 책임을 여권으로 되돌린 것이다.

사흘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기자들에게 “X파일은 야권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야권에서 수류탄을 만들고 던졌다면, 그 수류탄을 제거하는 것도 야권의 몫”이라고 ‘야권 결자해지’ 주장을 폈다. 그는 “기가 막힌 것은 야권 인사들이 송 대표의 책임을 거론하며 공작 정치를 한다느니,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느니 해괴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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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윤석열 X파일' 관련 언급을 지적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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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여권 내 X파일 근원지가 확인되자 민주당에서는 “X파일을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윤건영 의원)라는 논리가 등장했다. 윤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 핑계 대지 말고 (윤 전 총장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스스로) 공개를 해버려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한다”며 “검증의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X파일 없다”…한 발 뺀 宋



지금까지 ‘X파일의 존재’를 공격 소재로 삼았다면, 이제 그 안에 담긴 ‘윤 전 총장 장모·아내 의혹’을 별도로 꺼내 문제 삼자는 데 당내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윤 전 총장의 검증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의 검증은 가벼울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걸 들어본 적 없다’고 한 것은 자기편에 눈 가리고 귀 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공감TV가 만든 것 외 다른 버전의 X파일들은 야권발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은 “X파일을 근거 없이 여권에서 만들었느니 하며 물타기한다”며“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청문회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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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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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차곡차곡 준비” 운운하며 공격 의욕을 내비쳤던 송 대표는 슬쩍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전날(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가 ‘송 대표가 X파일을 만들었나’라고 묻자 웃으며 “아니, X파일 없어요”라고 답했다. “검증 자료를 쌓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던 거다. 제가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다.

송 대표는 야권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을 거론하며 “홍준표 후보가 (윤 전 총장 의혹을) 가장 잘 알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의 후배이고,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다 아는 분이 바로 홍 후보”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때릴수록 큰 尹…이번엔?



윤 전 총장이 29일 공식 출마 선언을 예고한 이날 여권 일각에서는 “장모·처 관련 의혹은 그냥 놔둬도 불거질 것들인데, 스스로 가라앉는 윤석열을 우리가 괜히 먼저 건드려 끌어올린 게 아니냐”(전직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에는 지난 4·7 재·보선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사례로 들며 “생태탕·흰 바지·페레가모 구두 논란을 키웠지만 네거티브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게 또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수도권 재선)는 경계 기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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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며 내곡동 토지와 관련한 해명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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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1위인 윤 전 총장의 존재를 민주당 대선 주자가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꿩 잡는 매” 발언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23일 출마선언식에서 X파일에 대해 “안 봤고 궁금하지도 않다. 볼 필요도 없다”며 “정말 문제적 총장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석열이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공격을 당함으로써 지지도가 올라가고 떴다”면서 “윤 전 총장이 ‘여야가 나를 작전짜서 공격한다’는 식으로 대응을 잘하면 사람들이 ‘윤석열 역시 뚝심 있네’ 이렇게 볼 것이고, 반대로 대응을 잘 못 하면 지지율이 무너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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