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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52시간제 中企 임금 지원…2년동안 최대 月1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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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2시간 확대 지원대책 ◆

정부가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주 52시간 적용 유예를 끝내 거부했다. 대신 종업원 5~49명 기업이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최대 월 120만원을 최장 2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금으로 '미봉책'만 내놓으면서 영세기업들의 인력난을 더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신규 인력 채용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최대 월 120만원(신규 채용 80만원·재직자 40만원)을 최장 2년간 지원하고 신규 채용이 어려운 뿌리기업, 지방 소재 기업에 외국 인력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기업들은 1인당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현재의 생산·영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신규 인력 채용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 부담을 호소하자 재정으로 일시적 지원책을 내놓은 셈이다.

홍 부총리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가능한 한 단속·처벌보다는 새로 적용되는 제도에 대한 현장 적응 및 제도 조기 안착을 유도하는 데 역점을 부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턱도 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기업 비용을 높이는 신규 채용 유도에 대해 기업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에 반해 홍 부총리는 최근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종업원 5~49인 기업 총 78만개 중 93%가 '주 52시간을 준수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을 이날도 강조했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준비가 되지 않은 대표 업종은 뿌리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이지만 정부 조사는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돼 설문 결과에 왜곡이 있다는 게 중기 업계 입장이다. 중기중앙회가 뿌리·조선업체 207개사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 기업 중 44%는 '아직 주 52시간제 적용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27.5%는 '7월 이후에도 (주 52시간제)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다.

"주52시간 유예" 中企호소 묵살하고…이번에도 '세금 땜질'

50인미만 기업 신규채용때 최대 120만원 준다는데…

3년 전 시작한 채용독려사업
예산만 늘려서 또 재탕할 듯

"세금 투입과 고용확대 무관"
조세硏마저 효과에 회의적

연장근로 한도 풀어 주는 등
산업별 맞춤형 대책은 빠져

매일경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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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주 52시간 근무제가 종업원 5~49인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또다시 지원금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으로 곳곳의 고용 시장을 왜곡시킨 가운데 세금을 쏟아 불만을 달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주 52시간 지원 대책의 실효성도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신규 채용을 한 기업이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할 경우 신규 채용자와 재직자 인건비를 한 달에 각각 80만원, 40만원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이미 2018년 7월부터 운영해온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재탕이다. 중소기업은 "새로울 것 없는 대책으로 생색만 냈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지원 대책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 사업 예산은 2018년 24억원에서 2019년 233억원, 지난해 335억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뿌리산업의 부족 인력은 5053명에서 1만1138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정부가 돈을 쥐여주고 더 뽑으라고 해도 뽑을 인력이 없어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달 주 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면 5~49인 규모 영세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줄어든 작업 시간으로 인해 근로자들 임금이 낮아질 경우 퇴사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37만3000원, 비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40만4000원의 급여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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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 인건비 지원 사업은 사업주가 재직자 월 급여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경우에 한해 보전 금액의 80%를, 최대 40만원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다. 나머지 부담은 사업주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선뜻 근로자 임금 보전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세금을 풀어 생색내기에 나섰지만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 현장에서 쉽게 안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이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주 52시간제 인건비 지원 대책'과 유사한 조세특례의 고용 확대 효과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조세특례를 통한 고용 지원 정책은 기업이 고용 인원을 증가시킬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의 일정액 또는 일정 비율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구원 분석 결과 2017~201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특례의 확대가 고용을 증대시켰다는 통계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청년 고용 역시 조세특례의 확대보다는 기업 규모와 경영 상황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고용장려금, 공공일자리사업 등 현 정부의 주먹구구식 세금 땜질 처방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7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사업에 대해 "사업을 통한 지원자의 고용 유지율이 지원 기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사업의 순수 고용 효과는 고용장려금 지급 대상자의 30~5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중소기업에 고용보험기금으로 장려금을 3년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공공일자리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공공일자리사업에 대해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감소했고, 고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은 큰 폭으로 늘어 결국 5분위 배율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분배 상황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경영 환경이 영세한 5~49인 기업의 52시간제 고충을 해소하려면 직접적인 비용 지원보다는 오히려 제도적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인건비 지원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는 지속가능한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이 경기 사이클 변화에 대응하려면 연장근로 한도를 주 12시간이 아닌 월 단위나 연간 단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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