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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86식 얼굴마담 발탁 與, 청년에 직접 마이크 준 野… 누가 더 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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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국가 지원금 받은 문준용은 정상

산업 연습생 선발 이준석은 특혜라니



조선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해 압박 면접을 진행한다. 압박 면접을 통과한 16명은 오는 27일 4대 4 토론 배틀 형식으로 16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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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등장한 이후 여야 간 청년 정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여권에선 25세 여대생을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발탁하며 이준석 바람에 맞대응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단을 뽑기 위한 토론 배틀로 흥행 끌기에 나섰다. 한쪽은 전통적인 새 인물 내세우기 방식으로, 한쪽은 ‘미스터(미스)트롯’식 경연 방식으로 국민들 시선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내세운 청년 정치인은 시작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제 25살 된 대학생을 행시 출신도 올라가기 힘든 1급 자리에 바로 특채를 하느냐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여당에 들어가서 청년 당직 한번 맡았다고 1급 주느냐” “행시 출신들도 1급 되려면 25~30년 걸리는데 대학생이 무슨 자격으로 1급을 다느냐” “공무원 시험 준비한 우리들은 대체 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공무원 출신 장관을 상대로 “1급 다는데 28년 걸렸는데 박 비서관 임명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질문해 장관이 답변에 애를 먹기도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박씨가 이 정권 핵심인 친문에 들러리 서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십수년 당에서 일해온 당직자나 보좌진들은 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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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새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올해 25세인 박 청년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현재 재학 중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 2020년 9월 9일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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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판이 박 비서관 개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민주당 청년조직에 몸 담았던 박 비서관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 “우리 내부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론을 폈다. “우리가 꼰대 정당이 된 것 아닌가 성찰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여당 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하지만 박 비서관이 강성 친문 비서진들로 둘러싸여 있는 청와대에서도 이런 직언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학생으로서 지식·경험·인간관계 등에서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부에선 “친문과 586 운동권의 들러리, 얼굴마담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다른 청년 정치인, 2030 의원들도 결국 친문과 586들의 울타리 안에서 그들이 내린 지침에만 따르는 아바타가 돼버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반면 국민의힘의 배틀식 청년 정치는 상당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4명을 뽑는 대변인단 토론배틀에 564명이 지원했다. 18세부터 79세까지 연령대와 직업도 다양하다. 2030이 그중 73%에 달할 정도로 청년층의 호응이 높다. 전직 아나운서와 아이돌 그룹 멤버, 전직 CEO, 탈북자, 예능인 등 이색 참가자들도 많다. 이들 중 선발된 150명에 대해 압박면접을 하고 16강부터는 TV중계로 토론배틀을 할 것이라고 한다. 심사위원에 시사평론가 출신이었던 이철희 청와대 민정수석, 진중권 전 교수 등을 부르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국민적 선풍을 일으켰던 ‘미스터트롯’ 같은 경연 대회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공개적으로 실력을 갖춘 인물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 유세 차량에 청년들을 태워 발언 기회를 주는 이벤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 이벤트를 주도한 사람이 바로 이준석 대표였다. 유세 차량에 올라탄 청년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고, 이것이 2030뿐 아니라 중장년층에도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야당 관계자는 “청년들은 단순히 자기들에게 공짜로 돈을 달라, 자리를 달라,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며 “자기들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주고, 발언할 공간을 열어달라는 것인데 유세차량과 토론배틀이 2030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이번에 꺼낸 ‘청년 발탁’이 과거 586시대의 청년 정치 모델이라면 야당이 꺼낸 카드는 청년들에게 직접 실력 발휘를 할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권력자가 특정 인물을 발탁해 자리를 주면 그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보단 윗선을 눈치를 보게 된다. 자칫 얼굴마담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공개 경쟁에서 자기 능력을 보여서 뽑히게 되면 자기 능력과 색깔, 소신을 펼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야권 관계자는 “얼굴마담식 발탁이냐 경쟁의 기회를 주느냐의 차이인데, 2030이 무엇을 더 선호할 것 같으냐”며 “누가 더 젊은 청년 정치인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의 청년 정치 바람에 대해 여권은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과거 산업부 마에스트로 연습생 합격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책임자는 “선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진성준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를 비교하면서 이준석의 특혜가 문제라고 했다.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하는 문준용씨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69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진 의원은 “문 작가가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연습생 선발은 특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이 대표는 당시 아무도 이름조차 모르는 대학 졸업생이었고, 문씨는 온 국민이 다 아는 대통령 아들인데 누가 더 특혜를 받았겠느냐”고 반박했다. 문씨가 영상 인터뷰를 통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도 결국 심사위원들이 문씨가 대통령 아들임을 다 알 수 있었던 상황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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