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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백신 공든 탑’ 허무는 델타 변이…그래도 믿을 구석은 백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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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의 DB_deep

지난해 말 인도에서 ‘이중변이’ 유래

인도 확진자 폭증하고 영국도 증가

백신 두 차례 맞으면 예방률 올라가

한국도 4월부터 발견 256명 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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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형상화한 그래픽.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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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형된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의 방역망을 뚫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이미 90여개국에 전파됐고, 일부 국가는 이 변이를 막지 못해 어렵게 쌓아온 백신 방역망이 허물어질 태세다. 힘겹게 마스크를 벗어가고 있는 지구촌에 델타 변이가 다시 바이러스 공포를 안기고 있다.

유래는?


인도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지난해 4월 처음 등장했다. 중국 칭화대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머독대 연구진이 발견한 것으로,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메커니즘이 달라 개발 중인 백신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후 변이 소식은 잠잠해졌다가 지난해 말 영국 변이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와 브라질 변이 등이 속속 등장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2월 현재와 같은 변이인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다. 인도 보건부는 석 달 뒤인 지난 3월 말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이중으로 변이가 나타나는 이중 변이가 발견됐다고 인정했다. 당시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씩 급증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특정 국가에 낙인이 찍힌다며 변이의 이름을 알파(α·영국), 베타(β·남아공), 감마(γ·브라질), 델타(δ·인도)로 바꿨다.

위력은?


델타 변이가 위험한 것은 강력한 전파력 때문이다. 기존 변이가 없는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3배나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첫 변이인 알파 변이보다 60% 더 높고, 입원율은 126% 더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영국 내 확진자를 증가시킨 알파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델타 변이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도 정부는 23일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델타 플러스 변이’가 등장했다고 발표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델타 변이가 발생한 인도는 3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해 지난달 초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40여만명까지 올라갔다. 인도는 지난해 확진자 수 10만명을 넘은 날이 하루도 없었지만, 올해는 4월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매일 10만명 이상씩 확진됐다. 델타 변이의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도는 23일 기준 전체 확진자 3002만명으로 3357만명인 미국에 이어 2위 확진자 발생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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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칠레 산티아고의 한 백신 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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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왜?


인도 외에 델타 변이의 타격을 심각하게 받는 국가 중 하나는 영국이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이달 들어 1차 접종률이 전체 국민의 80%까지 올라갔지만, 23일 확진자 수 1만6135명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취하던 지난 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확진자 가운데 98~99%가 델타 변이에 의한 것이다.

영국은 과거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탓에 인도와 연계를 가진 국민이 많다. 다른 국가들보다 인도와의 왕래가 활발한데, 영국이 인도발 입국을 규제한 것은 지난 4월23일이었다. 또 영국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해외여행을 허용해, 변이 유입 가능성을 키웠다.

영국이 델타 변이 예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많이 접종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 비율은 60%, 화이자는 40% 정도다.

다른 나라는?


영국 외에 러시아와 포르투갈의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비율이 각각 99%, 96%로 매우 높다. 독일은 아직 15% 수준이지만, 일주일 새 델타 변이 감염자 수가 두 배로 느는 등 속도가 빠르다. 이런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3일 델타 변이가 오는 8월 말까지 유럽연합(EU) 내에서 신규 감염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었던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다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세계 최다 코로나 확진국인 미국도 델타 변이가 급증하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최근 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2주마다 2배씩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기준 미국의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은 30% 수준이다. 한 달 뒤께는 델타 변이가 미국의 지배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이날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이 변이가 지배적인 종이 될 것”이라며 “(다만)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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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이스탄불/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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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영국이나 유럽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지난 4월부터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델타변이 감염자는 유전자검사 확정 190명, 역학적 관련 66명 등 256명에 이른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최근 한 주(13~19일) 동안 국내 확진자 중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주요 변이 4종의 검출률은 33.2%다. 이 가운데 알파 변이가 91.6%, 델타 변이가 8.4%다. 전체 국내 발생 확진자를 100명으로 보면 33명 정도가 변이 감염자이고, 이 가운데 30명이 알파 변이, 3명 정도가 델타 변이 감염자인 셈이다.

어떻게 막나?


백신으로 변이가 어느 정도 예방은 되지만 완전하지 않다. 특히 1회차만 접종했을 때는 예방률이 낮아 주의가 요구된다.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를 보면, 델타 변이는 화이자 백신으로 87.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59.8% 예방된다. 이는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률 91.3%, 81.5%에 비해 다소 낮다. 게다가 이런 효과는 두 번 접종을 마쳤을 때 나타나는 것이다. 1차 접종만 했을 때는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화이자의 경우 33.2%, 아스트라제네카는 32.9%로 매우 낮다.

한 차례만 맞으면 되는 얀센 백신은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약 60%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은 “J&J(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등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은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약 60%로 나타났다”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말했다.

안드레아 아몬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소장은 “초기 연구 자료를 볼 때, 백신을 한 번만 맞은 사람도 이 변이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좋은 소식은 백신을 두 번 맞아 접종을 완료하면 이 변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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