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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진국에 안 기댄다…자국산 백신 개발 나선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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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쿠바 국영 제약사 비오쿠바파르마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압달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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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제약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사올 자금도 없고, ‘코백스 퍼실리티(세계 백신공동분배사업)’로부터 백신을 기대할 수도 없다. 믿을 건 자국의 과학자들 뿐이다.

쿠바를 비롯해 개발도상국들이 자체 백신 개발에 나섰다. 백신을 먼저 개발한 서구의 제약회사만 바라보고 있다가 백신 접종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출현하고, 집단 면역 유지를 위한 부스터샷 접종 필요성까지 제기되자 자국 기술로 백신을 개발하려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위험한 도박’으로 불린 쿠바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의 3차 접종 예방효과가 92%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한 달 전 검증되지 않은 자체 개발 백신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작한 쿠바의 도박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쿠바 국영 제약사 비오쿠바파르마가 트위터에 자체 개발한 백신 후보 ‘압달라’가 3상 임상시험에서 3회 접종 시에 92.28%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밝히면서다. NYT는 이 수치대로라면 쿠바 백신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그룹에 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화이자·바이오앤테크(95%)와 모더나(94.1%),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91.6%)에 맞먹는 효과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쿠바가 코로나19 백신 강국이 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인구 1천만명의 작은 섬나라 쿠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을 수입하지도, 코백스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를 넘어 무료백신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수십년간 집중 투자해온 생명과학 분야에 기대를 걸었다. 쿠바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의 금수조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개발과 생산 역량을 키워왔다. 1980년대 뇌수막염 백신을 개발한 데 이어 간염, 파상풍 등의 백신을 연이어 내놨다.

현재 5개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이중 압달라와 소베라나2가 최종 임상단계에 있다. 지난 19일 3차 접종을 해야하는 소베라나2도 2차 접종시 예방효과가 62%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베라나2는 40년 전 개발한 뇌수막염 백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로 자립적일 수밖에 없었던 쿠바의 과학의료 환경이 팬데믹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쿠바처럼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도 자체 개발 백신 코비란을 내놓을 예정이다. 임상시험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서구 제약회사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자체개발 백신으로 집단면역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이란은 쿠바와 함께 소베라나2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터키도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초기 성공적인 방역 성적표를 받았던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뒤늦게 자체 백신 개발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국과 일본, 인도, 태국, 베트남 등이 해외에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먹은 후 자국 백신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비싼 돈을 주고도 제때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제약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도에서는 현지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백신이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5개의 회사가 백신을 개발 중이고, 일본에서도 4개의 제약사가 백신 임상 1상이나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태국은 부스터샷 백신 자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쿠바를 비롯해 개발도상국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공급 부족에 시달리지 않을 뿐더러 백신 수출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쿠바는 백신 지재권도 면제하고 물량 다수를 저가에 수출하거나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YT는 “백신 자체 개발이 위기에 빠진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살리고 세계에 과학적 명성을 알릴 수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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