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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이든의 보은…‘트럼프 앙숙’ 매케인 부인 FAO 대사에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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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who)스토리] 존 매케인 부인 신디, 유엔식량농업기구 대사에

대선 때 바이든 지지, 애리조나서 24년 만의 민주당 승리에 기여


한겨레

신디 매케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0) 미국대사 지명자.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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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뇌종양으로 숨진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선 후보(2008년)의 부인 신디 매케인(67)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대사 후보로 23일(현지시각) 지명했다. 민주당 당적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인사를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직에 기용하는 첫 사례다. 초당적 인선의 의미와 함께, 매케인 부부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우정과 감사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이날 신디를 포함한 17명의 대사, 차관 등 고위급 지명자 명단을 발표했다. 신디는 백악관 발표 뒤 자신이 몸담은 매케인연구소를 통해 성명을 내어 “영광”이라며 “이 그룹(유엔식량농업기구)이 봉사하는 공동체들은 우리의 지원과 집중을 필요로 하고, 나는 이 역할이 제시할 도전들에 마주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세계 각국의 식량과 농산물 생산·분배와 농업 종사자 생활 수준 향상 등을 목표로 한다.

신디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직책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돼 왔다. 그가 바이든 대선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매케인 부부의 악연이 깔려있다. 트럼프는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5년여 동안 포로 생활을 하는 등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두고 2015년 “그는 적군에게 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 된 거다. 나는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조롱했다. “해군사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멍청이”라고도 했다. 2016년 대선 때 매케인 부부는 트럼프의 여성 혐오적 발언 등을 이유로 찍지 않았다. 트럼프는 존 매케인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존 매케인은 1970년대 각각 상원의원과 의회 담당 해군 연락장교로 처음 만난 뒤 의정활동을 함께 하며 당을 뛰어넘어 깊은 우정을 쌓았다. 지난해 대선 때 신디는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에 영상으로 출연해 남편과 바이든의 우정을 이야기했고, 9월에는 명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존 매케인은 애리조나주에서 1983년부터 35년 동안 하원, 상원의원을 지냈는데, 그 부인 신디의 바이든 지지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명 났다. 애리조나는 1996년 빌 클린턴을 제외하고 1952년 이래 줄곧 공화당 대선 후보 손을 들어준 공화당 텃밭이지만, 바이든은 지난해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에서 트럼프를 누름으로써 대선 승기를 잡았다. 이후 신디는 애리조나 공화당이 자신에 대해 불신임을 결의하자, “훈장으로 여기겠다”고 응수했다. 공화당 당적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신디는 상당한 재력가이자 자선사업가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헨슬리 비버리지 컴퍼니’의 의장이다. 이 회사는 버드와이저 등을 보유한 세계적 기업 안호이저부시의 주류를 애리조나 전역에 공급한다. 신디는 인신매매, 성매매, 기아를 막고 여성·성소수자·아동 권리를 신장하는 데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매케인연구소 이사장이자 이 연구소 인신매매위원회의 일원이다. 백악관은 신디가 여러 개의 자선기구 지도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학사 및 특수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고, 특수교육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0년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있던 존 매케인을 만나 결혼했다. 2018년 남편이 숨진 뒤 상원의원직을 승계할 기회도 있었으나, 선출직에 관심 없다며 선을 그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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