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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Re:Play]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그게 회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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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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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 아린 오피스 드라마가 나타났다. 연차 꽉 찬 아저씨 직장인의 처절한 생존기가 이렇듯 마음을 울릴 줄이야···.

23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극본 정도윤/연출 최정인)는 진하시 디스플레이 사업부에 희망퇴직이라는 탈을 쓴 정리해고 바람이 불며 시작했다. 인원 감축을 위해 본사에서 내려온 인사 담당자 당자영(문소리)이 사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는 모습이 처음부터 모두를 바싹 긴장하게 만들었다. 회사의 해고 조치에 반발하는 사원들 사이에서 22년 차 개발자 최반석(정재영)은 헤드헌터에게 이직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동료를 위해 이직을 양보하고 창인 사업부 로봇 청소기 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로 발령받은 로봇 청소기 팀에서 만난 개발팀장 한세권(이상엽)은 자신보다 경력도, 나이도 많은 최반석을 아니꼽게 바라본다. 최반석은 로봇 청소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품 교체를 제안했지만, 시연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세권은 이때를 노렸다는 듯 고장의 원인을 무리한 부품 교체 탓이라고 돌리며 최반석을 궁지에 몰았다. “팀장인 내가 당신 잘랐다고”라는 말을 내뱉은 한세권의 뒤통수를 다짜고짜 가격하며 당자영이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두 번의 인사이동이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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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작품을 채운다. 맡은 업무를 할 뿐인데 욕받이가 되는 인사팀 당자영, 회사 평판은 바닥을 치지만 성장을 꿈꾸는 22년 차 개발자 최반석, 돈 있고 빽 있고 젊은데다 유능하기까지 하지만 성격은 영 별로인 한세권까지. 등장인물의 모습은 중년 직장인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에게도 낯설지 않은 그림이다. 배우들과 감독이 입을 모아 공감을 자신한 이유가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퇴직을 강요당하는 사원들의 모습에서도 익숙함이 묻어난다. “제발 몇 년 만이라도 일하게 해달라”며 애원하는 모습은 한 가정을 책임지는 우리 주변의 가장과 겹쳐 보인다. 갑상샘 이상으로 부어버린 몸에 출산 휴가를 들먹이며 해고를 권유하는 회사에 신고할 것이라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사람보다 업무를 우선시하는 몇몇 기업들이 떠오른다. “어울리지 않는 부품이니 교체하는 것 뿐”이라는 대사 역시 화면 밖에서 보고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울린다.

많은 경험으로 촉이 발달한 최반석과, 유능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한세권의 갈등은 몰입감을 더한다. 식기세척기 100만 대 판매로 최연소 팀장 자리를 거머쥔 세권은 반석을 처음 보자마자 시종일관 싸한 눈빛과 표정을 지어 보인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오류를 반석이 척척 잡아내는 모습에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최수석님’이라며 반석을 존중하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듯 보였지만, 로봇청소기 시연회 실패 후 반말에 막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지만 1화에서 세권은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악착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한참 나이가 많은 반석을 대하는 태도는 버릇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평탄하게 흘러갈 것 같던 반석의 회사 생활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 건 바로 세권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내 정치도 마다않는 세권이 앞으로 보일 태도가 작품의 관전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 가는 에피소드에 설득력을 높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22년 차의 지치고 힘든 직장인을 표현하기 위해 꾀죄죄하고 우중충한 모습을 연구했다는 정재영은 시간이 지나면서 도태되는 최반석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회사 경험이 없는 문소리는 인사팀장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인터뷰를 하고 얘기를 들으며 연구했고, 현실에서 있을 법한 당자영을 성공적으로 연기했다. 자칫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개발팀장 한세권을 맡은 이상엽은 ‘강약약강’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확고히 하며 한세권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연기 구멍 하나 없이 현실적인 회사원을 그려낸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격변하는 직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n년 차 직장인들의 치열한 생존기는 첫 화부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다가왔다. ‘중년 직장인의 회사에서 살아남기’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기존 오피스 드라마와 다른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방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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