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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요금 동결’ 한전 주가 급락 후폭풍… 투자자들 “배임소송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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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 21일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후 주가가 9% 가까이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증권가는 단가 조정 무산으로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됐다며 목표주가를 내렸다. 주주들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공기업일지라도 기업의 손해가 예상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배임”이라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 주가는 지난해 12월 18일 3만50원으로 52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만원 선을 좀처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 주가가 내려앉은 것은 지난 21일 3분기 전기요금을 또다시 동결한 데 따른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말 국제 연료 가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겠다며 연료비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만큼 전기요금도 올라야 하지만,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인상을 유보했다.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한전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조선비즈

한국전력이 7월 1일부터 적용하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맞지만, 물가 상승 우려와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를 고려해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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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증권가에서는 한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 역시 2만9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낮췄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가 조정 무산으로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도 “한전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개선되려면 비용을 점진적으로 요금에 전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회복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비 연동제 시행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 공기업일지라도 상장을 결정했다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전 주주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전 이사진의 명백한 배임이자 대주주인 정부의 횡포”라며 “정부가 나서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트린만큼 주주 보상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한전 주주들은 정부와 한전을 직무유기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대표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을 약속해놓고 전기요금을 동결한 만큼 직무유기, 직권남용, 배임 혐의를 명확히 적시할 수 있게 됐다”며 “한달 내로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할 때는 연료비 변동분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꼭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고발할 것”고 덧붙였다.

정부와 한전이 전기요금 때문에 주주들의 반발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한전 소액주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국무총리, 산업부 장관, 한전 사장, 이사진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2018년 여름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했고, 그 손실을 정부가 부담한다고 해놓고 정작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에 따르면 이 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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