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웰스토리에 일감 몰아준 삼성, 2349억원 과징금 폭탄…"최대 규모"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정위, 최지성 전 실장 고발…삼성전자, 국내 단일기업 규모 최대 과징금 부과

아이뉴스2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삼성을 겨냥해 총 2천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부당지원행위 사건 이래 최대 규모로, 삼성전자에만 국내 단일기업 규모 최대인 1천12억원이 부과됐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4개사에 이 같이 제재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과거 고(故) 이건희 회장 비서실로 그룹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개입 하에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게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2천억원 규모의 자진 시정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에서 이를 거부했다. 자진 시정은 법률 용어로는 '동의의결'로, 조사받고 있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정안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하면 제재를 면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제재를 받지 않은 곳은 애플로, 애플은 국내 이동 통신사에 광고비,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던 중 수리비 10% 할인 등 1천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내놓고 제재를 받지 않은 바 있다.

반면 공정위는 삼성의 동의의결 신청은 절차 개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요건은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소비자 피해의 직접보상 필요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 또 공정거래법상 고발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은 동의의결 대상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애플의 동의의결은 받아 들이고 삼성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도 상당히 많다"며 "이는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피해 구제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웰스토리에 일감 몰아준 삼성 계열사…미전실도 개입 판단

삼성전자 등 계열사 4곳은 그동안 구내식당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삼성웰스토리와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혐의로 지난 2018년부터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왔다. 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지난 2013년 12월 물적분할된 회사로, 현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아이뉴스24

[사진=공정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심의일인 올해 6월 2일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 또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웰스토리는 식재료비 마진율 25%로 검증하기로 했지만 이를 검증하지 못해 사실상 식재료비 마진을 보장해준 것으로 나타났고, 위탁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전기 10% 등도 추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물가·임금인상률을 자동 반영하는 계약구조도 설정해 웰스토리가 항상 고이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는 지난 2012년 말 웰스토리(당시 에버랜드)가 제공하는 급식 품질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급증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여실히 드러났다. 웰스토리는 불만 해소를 위해 식재료비를 추가 투입했고, 이로 인해 웰스토리의 직접이익률은 기존 22%에서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직접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식재료비, 인건비 등을 뺀 직접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수주 여부 결정 등 급식업계의 영업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웰스토리의 수익 악화가 우려되자 삼성 미전실은 지난 2012년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때 최지성 전 미전실장은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시현할 수 있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지난 2013년 2월 보고 받고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이는 당시 웰스토리가 이 부회장 동생인 이부진 당시 에버랜드 전략사장(현 호텔신라 사장)에게 보고한 문건에도 드러나 있다. 이에 따르면 미전실이 개입해 마련한 계약구조 변경안은 웰스토리의 기존 이익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란 사실이 적혀 있다.

이후 "전략실 결정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됨"이라는 삼성 미전실 방침에 따라 웰스토리는 지난 2013년 4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와 이 같은 계약구조로 급식 수의계약을 체결, 심의일까지 유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식자재 비용의 25%를 검증 마진으로 인정했다"면서도 "그러나 삼성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삼성전자 등 4개사의 시장가격 조사마저 중단시킴으로써 웰스토리가 그 이상의 마진을 취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수단 마저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결과 웰스토리는 식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식재료 구입에 쓰기로 약정한 금액의 일부까지 마진으로 수취했다"며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웰스토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뉴스24

[사진=아이뉴스24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 미전실은 웰스토리의 급식물량 보전을 위해 2014년, 2018년 삼성전자가 추진하던 구내식당 경쟁입찰을 중단시켰다. 또 삼성 미전실의 영향으로 2017년 각 지원주체의 경쟁입찰 시도 역시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2014년 1월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사장) 결정으로 삼성전자 4개 식당이 경쟁입찰 준비에 들어갔음에도 미전실 전략1팀 최 모 전무가 전화 한 통으로 입찰을 무산시켰다. 2018년 5월에는 삼성전자 1개 식당에 대한 입찰마저 당시 미전실 역할을 했던 사업지원TF장 정 모 사장이 중단시켰다.

미전실 조직이 없던 2017년 10월에는 삼성전자 인사지원팀장 박 모 부사장이 "너무 큰 파장이 예상된다"면서 삼성전자 2개 식당에 대한 경쟁입찰을 보류시켰다.

◆ 내부 거래로 경쟁력 쌓은 웰스토리…시장지배력 확대

이처럼 약 9년간의 지원행위를 통해 웰스토리는 삼성전자 등 4개사로부터 미전실이 의도한 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시현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 상위 11개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15.5%)도 달성했다.

더불어 웰스토리는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한 안정적 이익을 토대로 외부 사업장의 경우 영업이익률 –3%를 기준으로 한 수주전략으로 시장지배력 확대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급식품질 제고보다는 외부사업장 수주확대에 사용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독립 급식업체는 입찰기회 자체를 상실하거나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등 관련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뉴스24

[사진=공정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 Cow)로서의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9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이 평가한 제일모직 측 웰스토리 부문의 가치(약 2조8천억 원)가 피합병회사인 옛 삼성물산의 가치(약 3조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웰스토리의 수익은 오로지 내부거래에서만 발생했고, 계열회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한 지원행위 없이는 독자적 생존조차 불투명한 회사"라며 "웰스토리는 계열회사와의 급식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내·외부 경영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매년 약 1조1천억원의 매출과 1천억원 수준의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수익성이 발군인 숨겨진 알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웰스토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금(총 2천758억원)으로 수취했다. 삼성물산의 배당액 및 배당성향은 2015년 728억원(99.02%), 2016년 500억원(67.91%), 2017년 930억원(114.56%), 2018년 500억원(71.42%), 2019년 100억원(16.92%)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단체급식 시장은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심으로 독과점이 심화되고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왔던 대표적 업종"이라며 "이번 일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다수 계열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과다한 경제상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해 엄중 제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면탈해 가면서 장기간 은밀하게 진행됐던 계열사 간 지원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며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쟁 급식기업들의 경쟁여건이 개선됨으로써 단체급식 시장의 공정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