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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 경주마 경매의 봄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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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센’의 자마가 6월 내륙 국산마 경매 최고가인 5020만원에 낙찰됐다. 제공 |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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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한국 경주마 경매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지난 22일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는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에서 주관한 6월 내륙 국내산마 경매가 열렸다. 이번 경매에서는 총 63두가 상장된 가운데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낙찰률은 37%(23두)를 기록했으며 최고가 경매마는 5020만원, 낙찰총액은 6억 9940만원이었다. 지난해 6월 경매보다 낙찰총액과 평균낙찰가에서 소폭 늘어난 수치지만 최고가 경매가는 오히려 낮아졌다.

올해 국내산 경매 시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된 분위기를 벗지 못하고 뚜렷한 반등세 또한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내륙 경매의 경우 지난 4월 경매에서 지난해에 비해 낙찰률이 20% 감소했으며 낙찰총액 또한 62% 줄어들었다. 3월과 5월에 경매가 있었던 제주 경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9년 대비 10% 이상 줄어든 낙찰률을 보이며 회복세로 돌아서는데 실패했다.

현재 경주마 관계자들과 생산 여건 환류를 위한 상생 경마가 시행 중에 있지만 고객들의 현장 베팅 외에는 다른 매출 수단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는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김보현 서울지부장을 비롯한 한국마사회 전임직 노동조합 등 관계 단체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으며 생산자, 조교사, 마주 등 18개 소속 단체들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위) 역시 온라인 발매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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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주마가 미국OBS 4월경매에서 87만5000달러(약10억원)에 낙찰됐다. 제공 |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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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경주마 경매 시장의 부진과 달리 해외 국가들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 제한 없는 발매 환경으로 인해 경매 시장 또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 실적을 넘어 여러 기록을 갈아 치우며 남다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열리는 플로리다 주 오칼라 브리더스 경매(OBS)는 최근 몇 년 간 대상경주 우승마를 배출해내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각광받는 경매시장으로 올라섰다. 이번 6월 경매에서는 560마리의 2세마가 2449만 달러(한화 약 27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 기록된 2361만 달러(한화 약 267억 원) 매출을 경신했다. 금요일 마지막 세션에서는 162마리가 834만 달러(한화 약 94억 원)에 낙찰되며 지난해 3분기 세션 대비 29%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마지막 세션의 낙찰 평균가는 지난해 보다 5.7%나 증가했다. 중앙값만 비교해 봐도 독보적인 성장이다. 2020년 중앙값은 1만5000 달러였는데 올해는 2만5000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경매들의 상황도 ‘맑음’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던 ‘패시그-팁톤’(Fasig-Tipton)사의 걸프스트림 경매(2세)가 올해는 3월에 개최됐는데 총 67마리의 말이 총액 2536만 달러에 팔렸으며 낙찰률 또한 63%를 기록했다. 2019년 대비 낙찰총액 등은 줄었지만 낙찰률은 오히려 상승하며 다가 올 여름 경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패시그-팁톤은 오는 7월 12~13일 전통적인 말 육성의 고장인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7월 경매를 시행한다. 총 348마리가 대상이다. 이번 7월 경매에서는 첫 자마를 탄생시킨 ‘프레시맨 사이어 쇼케이스’를 11년 만에 재도입할 예정이다. 경주마 경매 시장이 첫 자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시점으로 돌아갔다는 판단과 함께 기존에 판매자들이 프레시맨 사이어 쇼케이스를 통해 첫 자마들을 탄생시킨 종마들로 큰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이키스트’(2016), ‘올웨이즈 드리밍’(2017), ‘어센틱’(2020), 2018년 삼관마의 영예를 안은 ‘저스티파이’(2018) 등 지금까지 23마리의 켄터키 더비 우승마를 배출한 미국 킨랜드 경매도 올해 1월과 4월에 열렸다. 지난 1월에는 총 963마리의 말들이 새 주인을 찾았으며 거래규모는 4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킨랜드 경매는 온라인, 전화 비딩 시스템을 통한 디지털 경매를 소규모로 꾸준히 진행하며 말산업 선순환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세마 경매에서 249두 중 229두가 낙찰되며 낙찰률 92%라는 호성적으로 주목받은 셀렉트 경매(1세)는 2년 연속 총액 100억 엔(한화 약 1025억 원)을 넘어서며 일본 경매의 유례없는 호황을 증명했다. 최고가인 5억6100만 엔(한화 약 57억 원)에 팔린 말은 일본의 유명한 씨수말이자 리딩사이어 1위인 ‘딥임팩트’의 자마로 1세마 사상 최고 가격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에는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해도 일본 경주마 경매에서는 ‘낙찰률 100%’라는 놀라운 결과가 연일 터지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치바 더러브렛 경매(2세)에서는 상장된 52두 모두가 낙찰됐으며 판매 총액은 15억 2856만 엔(한화 약 156억원)의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는 재작년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2세마가 대상인 JRA 브리즈업 경매에서는 상장된 73두 전체가 낙찰됐다. JRA 브리즈업 경매 역사 상 3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일본 경매 시장에 부는 뜨거운 훈풍을 증명했다.

코로나19에도 온라인 발매에 기반한 비대면 경마를 시행해 경마 중단이 거의 없었던 해외 경마 선진국과는 달리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국내산마 경매는 이제 다음 달 5일 제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현재 145두가 상장 예정이며 이번 경매는 사전에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브리즈업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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