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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 국립연구소, 코로나19 ‘자연기원설’ 뒷받침 자료 삭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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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 유전자 서열 정보 삭제

“코로나19는 우한 시장 발발 이전에 이미 전파”

자연발생설 주장한 WHO의 조사 뒷받침 증거

연구소 쪽 “해당 연구자가 삭제 요청한 것”


한겨레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지난해 5월 방역요원들이 출입이 통제된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재료를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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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의 디지털 자료망에 등재됐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자료가 삭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자료 자체가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발발하기 전부터 이미 전파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생물학자인 제시 블룸은 국립보건연구소의 디지털 자료망에 저장됐다가 나중에 삭제된 사스-코브-2(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중요한 유전자 자료를 되찾았다고 보고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출간 전 논문을 저장하는 서버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이 자료를 분석한 논문을 올렸다.

블룸이 찾아낸 연구의 과학적 중요성은 불명확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즉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과 관련한 격렬한 찬반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신문에 “이것은 뜨거운 단추를 누르는 주제”며 “적어도 새로운 자료이고 새로운 정보”라고 말했다.

블룸은 이 자료를 구글 클라우드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료가 특정 이론을 진전시키는 것은 아니나,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기 전에 이미 그 바이러스가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증거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립보건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전자 서열에 관한 그 자료를 발표했던 연구자가 자신들에게 삭제를 요청했다며, 그 자료는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들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연구소는 연구자의 요청에 따른 삭제는 표준적인 관행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사스-코브-2 서열은 2020년 3월 ‘에스아르에이’(SRA, 연구소의 디지털 자료망)에 등재하려고 제출됐고, 6월에 제출자에 의해 철회 요청됐다”며 “연구자는 서열 정보가 업데이트됐고,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제출 중이어서, 그 데이터가 중복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에스아르에이에서 제거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국립보건연구소는 ‘제출자가 말한 의도’를 넘어서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추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블룸은 자신의 논문에서 “현재의 연구는 적어도 한 경우, 즉 우한에서 사스-코브-2의 초기 전파와 관련된 사건 전개들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과학 구조들이 오용되어 왔음을 시사한다”고 썼다.

블룸은 이 데이터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연구소 누출설이나 자연적 발생설 등을 진척시키는 것은 아니라며 “그러나, 이 연구는 우리가 모든 관련 자료를 섭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되찾아낸 삭제된 유전자 서열 정보는 올해 초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해 세계보건기구의 조사팀이 수행한 조사의 결론 등 앞선 분석들에 의해 지지되는 개념들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등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2019년 12월 발생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을 감염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스-코브-2가 인간에 의해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룸은 세계보건기구의 이런 조사를 비판한 과학자였다. 그는 지난달 <사이언스>에 17명의 유명 과학자와 함께 ‘연구소 누출’ 가설에 대한 더 깊은 조사를 촉구했다.

컬럼비아대의 이언 립킨 전염병학자는 블룸의 연구가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던, 즉 수산시장에서 발발하기 이전에 바이러스가 돌아다녔다는 증거를 제공했다”며 “그런 유전자 서열 데이터 철회는 전례가 없고, 반드시 대처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블룸의 연구와 주장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의 자연 기원설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인 툴레인대의 로버트 게리 바이러스학 교수는 블룸이 되찾아낸 자료의 핵심은 바이러스 서열 정보에서 보이는 돌연변이 목록인데, 이는 중국 연구에서 나온 것이고, 연구자들에게 공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블룸이 똑같은 돌연변이들을 발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생물학 교수 조엘 웨테임은 불룸의 분석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의 시간표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 연구가 우리의 분자 측정 예측을 바꾸는 강력한 논거가 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왜냐하면, 유사하고 더 완전한 데이터가 이미 기존 연구에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자연발생설에 대부분 동의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연구소 누출설’도 조사에서 배제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보기관들에 코로나19 기원과 관련된 정보를 새롭게 검토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이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며,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면서 중국 연구소 기원설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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