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OLED, TV로는 부적합” 주장하던 삼성, LG와 OLED 동맹설 나오는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LG 올레드 TV /LG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듭된 부정에도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미 중국 업체가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경제성과 OLED 시장 가능성을 동시에 두고 봤을 때, 삼성전자가 OLED TV를 내놓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퀀텀닷(QD)-OLED 패널의 양산 계획을 올해 말로 잡고 있는 가운데, 현재 TV용 OLED 패널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업체가 LG디스플레이 하나뿐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 가능성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200만~300만장 규모로 대형 OLED 패널을 공급 받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으나, 삼성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애초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 사장이 이와 관련한 발표를 직접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VD사업부 쪽에서는 (LG 협업과) 관련해서 발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

조선비즈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LCD 생산라인에서 패널 점검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업 가능성은 올해 초부터 불거져 나왔다. 이는 저가부터 하이엔드 제품군을 모두 LCD TV로만 채운 삼성전자의 제품 전략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LCD 패널 가격 조정에 따른 수익 악화가 맞물린 탓이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도 OLED TV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전체 TV 시장의 98%쯤은 LCD 패널을 채용한 TV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TV 수요 증가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조정으로 LCD 패널가 상승은 고급 모델에서의 주력 디스플레이를 LCD에서 OLED로 옮기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OLED TV 시장 규모를 580만대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해 354만대와 비교해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OLED TV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지목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퀀텀닷(QD)-OLED 패널 개발에 나섰고,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TV에 OLED를 적용할 여지는 상당히 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비 반입 등 양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는데, 올해 말쯤이면 제품화가 가능한 패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 생산 규모를 8.5세대(2500×2200㎜) 기준 초기 월 3만장으로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1년에 2000만대 수준의 TV를 만들어 현재 확보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생산 능력(캐파)으로는 의미 있는 전환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생산 초기에는 수율(전체 생산 제품 중 합격품 비율)과 품질 확보가 쉽지 않아 삼성디스플레이만 믿고 OLED 전환을 덜컥 선언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전체 TV 제품 및 판매 전략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는 삼성전자가 OLED TV를 판매하려고 할 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 가능성이 언급되는 건 이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QD-OLED와 화이트(W)-OLED라는 기술적인 차이가 있고, 삼성 쪽이 조금 더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있다. 삼성전자의 OLED TV 전략은 이 기술적 차이를 살려 삼성 OLED와 LG OLED를 상하위 제품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 경우 LG디스플레이로부터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을 뿐더러, 삼성 OLED의 기술적 우위도 챙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최대이자 주요 고객인 LG전자와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일단 생산 수량은 삼성전자에 공급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경기 파주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8.5세대 OLED 패널을 각각 월 8만장, 6만장 등 총 14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 설비와 능력을 확충하고 있는 광저우 공장의 경우 작업이 마무리되면 월 3만장이 추가돼 LG디스플레이 전체로 월 17만장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8.5세대 OLED 패널 1장으로는 55인치 TV 6대 또는 65인치 TV 3대를 만들 수 있어 산술적으로는 올해 1000만대 가량의 OLED TV를 제작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만든 OLED 패널의 55%는 LG전자가 가져간다. 그리고 나머지 30%쯤을 일본 소니에 공급하고 있다. 25%는 다른 TV제조사의 몫인데, 이를 삼성전자가 흡수하게 되면 크기에 관계 없이 연간 300만대 이상의 패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LED 패널 공급 협력에 관한 것은 삼성전자가 이미 LCD 패널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받고 있어 결단만 나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TV 디스플레이로 OLED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해왔던 삼성전자로서는 OLED 전환 선언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OLED TV는 하지 않겠다고 한 삼성전자지만, 최근 LCD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부분을 살펴봤을 때, OLED 도입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OLED TV가 LCD TV보다 수익성이 좋은 것은 데이터로도 증명되는 사실이다”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다른 라인업을 통해서라도 수익성을 챙길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좋은 OLED TV 비중을 늘려온 LG전자는 올해 1분기 HE사업부 영업이익률 10.1%를 기록하며 삼성전자(8.9%)를 앞질렀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2분기 영업이익률이 (OLED 전환의)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jyou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