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대학 대면강의도 확대한다는데…“취업 준비엔 비대면이 낫다”는 대학생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부, ‘2학기 대학 대면활동 단계적 확대 방안’ 발표

‘국민 70% 백신 1차 접종’ 9월 말까지

실험·실습·실기 수업 위주로 대면 확대

10월부턴 전반적인 학내 대면활동 폭 넓혀

“취업난에 단순지식 말곤 대학에 원치 않는 경향도”


한겨레

대학생들이 3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 001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1 코로나 대학생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부담을 상징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김흥준(22)씨는 일주일에 네 차례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김씨의 집과 대학 캠퍼스는 차로 한 시간여가 걸린다. 어떤 날은 오전 11시50분에 끝나는 강의가 있는데도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3학기째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친구들 가운데는 휴학을 하지 않고 회사 인턴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열어 수업을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강의 ‘재탕’ 등 비대면 수업에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강의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나 대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씨와 달리 애타게 대면강의 재개를 기다리는 대학생도 있다. 인천의 한 전문대 세무회계학과 1학년 구민지(21)씨가 그런 경우다. 전산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습 과목이 많은데 노트북에 강의 화면과 프로그램을 동시에 띄우고 수업을 듣다 보니 번거롭고 집중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2년제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의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교수님을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한 채 졸업해야 한다는 불안감도 크다.

구씨의 바람은 2학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오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2021학년도 2학기 대학의 대면활동 단계적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방역당국이 국민의 70%가 1차 접종을 완료하는 시기로 꼽은 9월 말 전까지, 일반대의 실험·실습·실기 수업이나 소규모 수업, 전문대의 전공 실험·실습·실기 수업부터 우선해서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전반적인 학내 대면활동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실험 수업 등의 비중이 크고 수업 연한이 짧은 전문대생은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많다. 전문대생의 취업 지원을 위해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내 방역 관리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연동한 ‘강의실 방역 관리 지침’을 7월 중 제공할 예정이다. 거리두기 1~2단계에선 좌석이 있는 강의실 기준으로 개인용 칸막이가 없다면 학생들은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 3~4단계에서는 칸막이가 있더라도 두 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 음악 계열은 1~4단계 모두 노래 부르기나 관악기 연주를 칸막이 안에서 해야 한다. 교육부는 서울대에서 학생들의 동선과 공간 분리 등을 위해 쓰이는 ‘코로나 동선 안심이’ 등과 같은 동선 알림 앱의 활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업 외 대면활동도 9월 말 이전까지는 소규모 활동 위주로 운영하고, 접종 상황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도서관과 학생회관, 학생식당 등 학내 시설도 단계적으로 사용을 확대하고, 학생회와 동아리를 포함한 학생자치활동, 학내 행사 등에 대해선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 대규모 대면 행사와 대학 축제는 9월 말까지 금지된다.

지난 5월 기준 전면 대면강의를 운영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1.5%에 그치고 대부분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강의 기준으로는 전체의 24.8%만 전면 대면으로 운영되고 있다. 3학기 가까이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되레 ‘비대면’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에 익숙해진 측면도 있지만 김흥준씨의 경우처럼 고학년들은 취업 준비에 용이하다는 이유가 더 크다.

게다가 전면 대면강의가 아닌 이른바 ‘블렌디드 수업’(한 수업에서 대면과 비대면을 혼용)을 할 경우 통학이 어려운 거리에 사는 학생들은 자취 여부를 놓고 주거 비용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김흥준씨는 “일주일에 18시간 수업을 듣는데 이 가운데 6시간만 대면이라면 자취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5월31일부터 닷새간 전국 대학생 9만4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실험·실습·실기 수업은 대면 확대에 찬성하는 의견(63.1%)이 반대 의견(23.7%)에 견줘 세 배가량 많았지만 이론 수업은 찬성(36.9%)보다 반대(47%) 의견이 더 많았다. 수업 외 학내 대면 활동 확대에 대해서도 찬성(32.8%)보다 반대(45.6%) 의견이 더 많았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이 대학 수업에서 원하는 게 단순 지식에 한정되다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는 대학이란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도 작아진 것 같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이 강제성이 없어 2학기에 대면 강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대학이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대면 수업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대학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대학별로 자체기준을 마련하되, 대학 본연의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김지은 기자 yjlee@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33살 한겨레 프로젝트‘주식 후원’으로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