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대법원, 현역병에도 ‘비폭력 신념’ 병역거부 첫 무죄 판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특정 종교 구체적 교리 아닌 가치관 따라 무죄 인정

수년간 신념 뒷받침 하는 활동…‘정당한 사유’ 판단

헤럴드경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특정 종교의 교리가 아닌, 비폭력 등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병역거부자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예비군 소집에서는 비종교적 사유에 따른 입영거부를 정당하다고 본 전례가 있었지만, 현역 입영 대상에 대해선 이번이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최초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2017년 11월까지 입영하라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정당한 사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주장했다.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2018년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지만, 2년 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 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놓은 데 따라 심리한 결과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의 병역거부 이유를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이어 “정씨가 기독교 정신에 따라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의 구체적 교리임을 전제로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등 요소는 병역거부 신념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지 판단하는 데 준거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를 전제로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수년간 교회와 종교 동아리 등에서 활발히 활동한 점 ▷수요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등에 참여한 점 ▷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에서 소수자 관련 기사를 다수 작성한 점 ▷대학원 졸업 후 다수 강연에 참석해 기사와 칼럼을 작성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씨가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했고, 대체복무제를 통한 병역의무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감안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현역 입대 거부가 아닌 예비군 훈련 및 병역동원 훈련 거부 사건에서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 비교리적 신념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dandy@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