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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코나EV 화재’ 또 LG 배터리… 1조4000억 들인 리콜에도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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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18일 오전 충남 보령시 신흡동의 한 펜션 앞에 주차해둔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다. 이날 화재는 차량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 부분에서 시작됐으며 폭발하듯 연소하는 고전압 배터리 특유의 화재 양상을 나타냈다. 보령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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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에서 전소된 현대자동차 ‘코나EV(전기차)’는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사한 형태의 화재가 연이어 15건 발생하면서 도합 1조4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셀과 주변부 일체를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시정조치)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불이 난 차량은 이같은 기술적 결함을 시정한 이후에 제작, 판매된 사실도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작 관련 정보를 현대차 및 정부와 충분히 공유했는지, 현대차와 정부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고 리콜을 신청, 승인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다시 불거지게 됐다. 지난 2019년 에너지저장장치(ESS), 2020년 전기차(EV) 등 국가 핵심산업으로 확산 중인 ‘배터리 셀 발화’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소방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충남 보령의 한 해수욕장 인근 펜션 앞에서 주차 중인 코나EV가 화재로 전소됐다. 화재는 통상의 고전압 배터리 화재와 양상이 일치했다.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하부에서 불이 시작돼 흰 연기를 내뿜으며 폭발하듯 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들은 불길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KATRI)와 현대차, 배터리 제작사 등이 함께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소유주는 리콜을 받은 차량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언론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차량은 작년 3월까지인 리콜 기간 이후에 제작, 판매된 차량으로 파악됐다”면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량을 제작, 판매한 현대차와 불이 시작되는 지점인 배터리 제품을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 화재 원인 조사와 리콜 승인 책임자인 국토부 등 관련 주체는 모두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우선 정부는 적잖은 책임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2019년 ESS 화재 사태 때 배터리 발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도 발표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봉합해 관련 업계 붕괴를 초래한 산업통상자원부에 이어 국토부조차 무력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기차 등 모빌리티 분야의 ‘전동화’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저감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동화를 이끌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까지 규정된 상황이다.

공교롭게 안정성 논란의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이 있다. 한 화학 관련 전문가는 “배터리가 국가 핵심산업으로 떠오르면서 LG 배터리의 안정성 문제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면서 “ESS는 중소기업이 중심인 산업이어서 LG를 보호한 측면이 있지만, EV는 자동차라는 또 하나의 핵심 수출산업이 연관된 이슈여서 매듭을 어떻게 풀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야심작을 처음 선보이며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구상을 세웠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악몽을 안겨준 코나EV는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종료하는 등 단종 수순에 돌입했다. 지금은 해외 수출용만 제작하고 있다. 코나EV는 작년까지만 해도 현대차 간판 전기차 모델이었다. 출시 첫 해에만 국내 1만1193대가 팔리는 등 지난 3월 기준 누적 3만3830대가 판매됐다. 해외에서는 총 10만1574대가 팔려 현대차 수익 개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앞서 국토부는 1차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한 뒤 과도한 셀 간 전압 편차나 급격한 온도 변화 등 이상 징후가 확인되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리콜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리콜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시스템(BAS) 전량을 교체하는 것으로 리콜을 확대했다. BAS는 배터리와 배터리를 관리하는 BMS, 냉각장치 등 배터리 관련 총괄 시스템을 말한다.

민관합동조사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난징(남경)공장에서 초기(2017년 9월∼2019년 7월)에 생산한 일부 제품에서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합선과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관련 충당금 3866억원을 반영하면서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정정치를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 전 법인인 LG화학도 약 7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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