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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조건 돈 쓰지 않아…쿠팡플레이, 쿠팡스타일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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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인터뷰, 쿠팡플레이 김성한 총괄 디렉터

쿠팡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도쿄올림픽(7월 23일 개막) 중계에 승부수를 던졌다. 네이버·카카오를 제치고 지상파 3사로부터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샀다. 미디어 업계에선 쿠팡이 약 500억원(추정치)을 쓴 것으로 추정.

쿠팡의 500억 베팅은 통할까. 출시 6개월 된 OTT 쿠플(쿠팡플레이의 줄임말)의 올림픽 중계가 소비자를 쿠팡 유료가입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플의 아버지' 격인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디렉터를 지난달 27일 인터뷰했다. 김 총괄은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효율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데이터사이언스 조직을 이끈 임원급 리더다. 지난해 가을 쿠팡 내 OTT 팀을 꾸린 지 3개월 만에 쿠팡플레이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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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OTT)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김성한 시니어 디렉터.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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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플 6개월, "아직 배우는 시간"



Q : 쿠팡은 왜 OTT를 서비스하나.

A : 우린 쿠팡 유료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을 위한 콘텐트 서비스다. 커머스 멤버십 외에 고객에게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고객을 더 깊이 만족시킬 수 있단 판단에 쿠팡플레이를 시작했다.

Q : OTT는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경쟁자가 이미 많다.

A : 나도 넷플릭스 구독자지만, OTT는 맘에 드는 다수의 서비스에 중복 가입해 쓰는 경우가 많다(2020년 기준 평균 1.5개 서비스 구독, 컨슈머인사이트). 쿠팡플레이만의 장점을 만들면 승산이 있는 분야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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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Q : 서비스 6개월이 지났는데 성과는.

A : 일단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 피드백에 따라 계속 서비스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신규서비스를 키운다. 최근까지도 계속 모바일 앱을 개선해 왔고, 태블릿이나 TV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시작했다. 쿠플 PC 서비스도 7월 초·중순쯤 선보일 예정이다.

Q : 사용자가 많이 늘었나.

A : 지금은 고객이 어떤 콘텐트를 선호하는지 배우는 시간이다. 유입자나 월간 사용자 수 보다 사용빈도, 선호도 같은 데이터를 집중해서 본다. OTT는 경험을 제공하는 분야고, 고객이 진심으로 선호하는 콘텐트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김 총괄은 과거 쿠팡에서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이끌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중시하는 그는 "신속한 행동 후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테스트와 수정을 반복한다"고 했다. 쿠플에도 쿠팡의 끊임없는 A/B 테스트(여러 개선안 비교 시험)가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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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2021년 5월 주요 OTT 월간사용자(MAU) 변화. 안드로이드 및 iOS 통합. 모바일인덱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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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플의 차별화, 교육 그리고 스포츠



쿠플 출시 후 업계에선 '콘텐트 수가 적어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쿠팡은 '양'보다 '깊이'를 택했다. 교육·키즈 분야 콘텐트 제휴사를 넓히고, 손흥민 선수(토트넘) 경기와 도쿄올림픽 중계 독점(온라인) 등 스포츠 콘텐트 명가로 차별화를 꾀했다.

Q : 쿠플의 콘텐트, 뭐가 다른가.

A : 영화나 드라마 외에, 배움(교육)이나 스포츠에서 얻는 즐거움·희열감은 새로운 가치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려고 한다. 쿠팡이 쇼핑 경험을 새롭게 제공했다면, 쿠팡플레이는 새로운 콘텐트 소비의 경험을 줄 것이다. 장기적으론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콘텐트를 추천할 예정이다.

Q : 아카데미 수상작인 '미나리', 100억대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날'도 확보했던데.

A : 미나리는 아카데미 수상 이전부터 쿠플이 확보하려고 얘기중이었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여러 콘텐트 회사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엔 저녁은 물론 주말 내내 기획사의 스크립트를 보는 게 주된 일이다.

Q : 콘텐트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A : 콘텐트 별로 오너(Owner, 담당자)가 있다. 오너가 콘텐트 수급 필요성을 증명하고, 전담 분석팀과 함께 주기적으로 콘텐트의 성과와 시장 상황을 데이터로 파악한다. 개별 프로그램, 콘텐트마다 1명의 오너가 수급부터 성과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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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요 연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쿠팡 DNA "아마존은 롤모델 아니다"



Q : 쿠팡은 아마존을 따라간다는 평가가 많다. 쿠팡플레이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롤모델인가.

A : 특정 회사를 롤모델로 삼지 않는다. 고객에 집중하는 우리 미션을 따라갈 뿐이다. 쿠팡플레이도 다른 OTT를 따라하기 보다 백지에서 시작했다.

Q : 쿠팡 앱과 별도로 운영하는 이유는.

A : 같은 고객이라도 쿠팡 앱에 접속하는 의도와, 쿠팡플레이에 접속하는 의도가 다르다. 라이브커머스를 쿠팡플레이와 분리한 것도 같은 이유다. 물건을 사는 경험과 시청 경험을 구분해, 목적에 맞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려면 별도 앱이 맞다. 쿠팡 앱과 병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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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OTT)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김성한 시니어 디렉터.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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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쿠팡이 해외진출 준비중인데, 쿠팡플레이의 역할은.

A : (쿠팡플레이의) 해외 진출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다양한 테스트를 계속 하는 중이다. 지금은 해외진출이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같은 미래의 잠재 고객보다 '현재 고객'에 집중해야 할 때다. 모든 판단은 쿠팡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리더십 원칙'을 기준으로 내린다.

쿠팡에는'15가지 리더십 원칙'이 있다. 제1 원칙은 'Wow the Customer'로 '고객이 모든 결정의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 이외에 ‘우리는 다각화의 위험을 경계한다’, ‘다루는 모든 일을 광적으로 간소화한다’, ‘어떤 변명으로도 도중에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 등.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모회사) 의장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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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문화를 보여주는 리더십 원칙 중 일부.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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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OTT 시장, "쿠팡 스타일대로 간다"



Q : 최근 OTT업체들은 콘텐트에 매년 수천억원 씩 투자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A : 다른 업체의 투자나 계획에 휩쓸리지 않겠다. 콘텐트 생산이나 수급을 위해 합당한 가치를 매기고 지불하려 한다. 수천억 원에서 조단위로 얼마를 투자한다는 식의 일괄투자를 발표하기 보다는, 쿠팡만의 콘텐트를 선보이려 한다.

인터뷰 이후 쿠팡플레이는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권 독점 계약에 성공했다. 스포츠 콘텐트 시장을 잡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연장선이다. 다만 김 총괄과 쿠팡 측은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 전략에 대해선 함구했다. 현재 글로벌 미디어 시장도 OTT가 올림픽 중계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미국 NBC방송은 자사의 OTT 피콕(peacock)으로 도쿄올림픽 경기 7000시간을 중계할 예정.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에 대한 경쟁 지렛대로 올림픽 중계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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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OTT 업체의 투자금액 발표. 각사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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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넷플릭스 국내 사용자가 1000만에 육박하고, 하반기엔 디즈니플러스도 국내에 출시된다.

A : 지난해 말에도 시장은 이미 매우 치열했다. 경쟁사 상황에 눈 돌릴 필요가 없다. (디즈니의 마블 같은) 특정 콘텐트를 제공하진 못해도, 차별화된 작품을 선보이면 사용자 선택을 받을 수 있다.

1987년생인 김성한 총괄은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30인 리더'(리테일&이커머스)에 올랐다. 9살 때 미국으로 조기 유학 간 후 프랑스 그랑제콜 파리 정치학교 시앙스포를 졸업했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와 중국 베이징대 통합석사과정을 밟던 중, 건강상 문제로 2012년 귀국했다.

이후 김앤장, 엔씨소프트, NHN 등을 거쳐 2016년 쿠팡에 합류했다. 2018년 NXC(넥슨의 지주사) 김정주 회장이 인수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으로 이직해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쿠팡으로 돌아왔다. 복귀 이유를 묻자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축소를 경험한 후, 소비자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다시 해보고 싶단 갈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를 발견하고 부딛혀 가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게 취미"라는 그에게 동료들은 '스트리트파이터'(street fighter)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세상을 단박에 바꿀 만한 아이디어 하나보다,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쿠팡플레이를 보는 사용자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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