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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우월적 지위가 규범이 되어선 안 된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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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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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 예정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인터넷 망 사용료 소송 판결은 망 사용료 지급 의무에 관한 최초의 판결로, 전 세계 ICT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소송과정을 법학자로서 주의 깊게 본 필자는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들이 목격돼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우선,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 과연 콘텐츠 사업자(CP)의 네트워크 사업자(ISP)에 대한 망 사용료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가이다. 망 중립성은 ISP가 CP의 트래픽을 자신의 망 내에서 차별적으로 다루지 말고 ‘중립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 어디에도 CP의 망 이용이 무상이라는 내용은 없다. 특정 CP의 트래픽만을 차별하지 말라는 개념이 무상의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의료법 제15조에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것이 의료인의 진료가 무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망 중립성이 망 사용료 지급을 금지하는 원칙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ISP가 CP의 트래픽을 자신의 네트워크 가입자가 아닌 전 세계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야만 접속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이다. 국내 모든 CP들은 국내, 국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각각 필요에 따라 요금을 내는데, 국내 인터넷 서비스는 접속이 아니란 말인가?

‘인터넷 접속 관계’에 관한 사항들을 잘 정리하고 있는 2019년 페이스북 판결 내용을 보자. 이 판결은 CP가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ISP와 접속하는 방식으로 ‘직접 접속(Peering)’과 ‘간접 접속(Transit)’을 인정하고 있다. 직접 접속은 CP와 연결된 ISP의 망을 통해 최종 이용자에게 인터넷 트래픽을 직접 전송하며, 이 과정에서 트래픽을 다른 ISP에게 전송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한다. ISP가 자신의 네트워크 가입자에게만 전달해도 인터넷 접속으로서 직접 접속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법원 판결에서도 분명하게 인정하는 접속 유형에 대해 ‘접속’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하여 그 어떠한 학문적⠂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법리를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권리지만 사실 왜곡 또는 거짓 주장을 할 권리까지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소송 당사자의 지위를 넘어 전 세계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며 막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시장의 객관적 질서를 존중하고 현지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나 협상력이 규범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일보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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