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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美 자동차 노조의 몰락과 디트로이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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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서 북서쪽으로 45㎞ 정도 떨어진 폰티악은 과거의 영광만 가득한 도시다. 도시 이름과 같은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 브랜드 폰티악 인기가 높았던 1980년대까지 이곳은 크게 번성했지만, GM이 이 지역 공장 규모를 계속 축소하면서 도시는 급속하게 쇠락했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GM이 폰티악 공장에 4000만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미시간주의 투자 낭보는 이뿐이 아니다. 글로벌 4위 자동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는 최근 디트로이트에 지프의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디트로이트에 새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것은 자그마치 30년 만이다. 스텔란티스가 16억달러를 투자한 이 공장에서는 지프의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이 생산되는데, 공장이 들어서면서 직접 고용된 시민만 2000명에 달한다.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러스트벨트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디트로이트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업체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나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4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미 자동차노동조합(UAW)은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UAW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백악관에 입성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의 요구에 일자리 확대로 화답했다. 단순히 세금을 투입해 단기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공장을 세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했다.

미래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5위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LG·SK·삼성 등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이 3곳에 이른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와 달리 우리나라 공업 도시의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코로나 사태에도 국내 자동차 판매는 이례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 부품사의 경영난과 지역 경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고질적인 노사 갈등에 발이 묶여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멈춰 서는 것은 다반사고, 국내에 생산 기지를 구축한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그룹은 최근 몇 년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일감 배분에 소극적이다.

공업 도시의 상황이 암울한 것은 미래차 전환 시대에도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노조의 몽니 영향이 크지만, 일자리 확대보다 친노조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온 우리 정부의 선택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행정부처럼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잡았다는 점은 같지만, 우리 정부가 노조에 쥐여준 답례는 일자리가 아니라 더 가열차게 투쟁할 수 있는 무기였다. 당장 다음달부터 해고자와 실업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투자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는데 ‘갈등 비용’을 키우는 노조의 활동 범위는 계속 넓어지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 관심을 끈 다른 뉴스는 UAW의 몰락이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잃고 있는 와중에 UAW 전·현직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가 150만달러(약 17억원)의 노조 기금을 유용해 호화 생활을 즐겼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근로자의 신뢰가 무너졌다. 1980년 150만명에 이르렀던 UAW 조합원 수는 현재 4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UAW의 몰락과 디트로이트의 부활이 같은 시기 전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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