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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서태평양에 비가 오면 동남극 수은주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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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극은 온난화로 빙하 녹는데 동남극은 한랭화

한국 등 국제공동연구팀, MJO가 원인임을 밝혀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표지논문 실려


한겨레

지구온난화 속에 남극 동쪽 지역의 기온은 하강하는 경향을 보여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동남극 한랭화 현상 원인 일부를 찾아냈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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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대륙의 서쪽(태평양 쪽)은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돼 빙상이 녹아내리는 반면 동쪽(인도양 쪽)은 최근 40여년 동안 기온이 하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과학자들은 세계적인 온난화가 진행되는 중에 한 대륙 안에서 이런 대조적인 현상이 빚어지는 원인에 대해 탐구해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위도 대기 순환의 자연변동성, 성층권 오존의 변화, 열대 해수면 온도의 변화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요소만으로 동남극 한랭화를 설명하기에는 ‘2%’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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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든줄리안진동에 의해 인도양의 강수활동이 증가하면 동남극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생해 지표기온이 상승한다.(왼쪽) 반면 서태평양 강수활동이 증가하면 동남극에는 저기압성 순환이 발생하고 기온은 하강한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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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기초물리연구단의 이준이 연구위원(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23일(한국시각) “국내 이화여대 연구팀, 중국·미국·대만 등 외국 연구팀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동남극의 기온 하강 현상이 열대 지역 강수의 계절변동인 ‘매드줄리안진동’ 영향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3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25일치 인쇄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DOI : 10.1126/sciadv.abf9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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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동남극 한랭화 현상의 원인의 하나가 매든줄리안진동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논문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5일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매든줄리안진동(MJO)은 20~70일 주기로 열대 지역 강수 구역이 크게 변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적도 지역인 인도양에서 시작해 강수활동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다 태평양 날짜변경선 인근에서 차가운 해수면과 만나면 약화한다. 북반구 기준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매든줄리안진동은 우리나라의 한파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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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 위키미디어커머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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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기후 관측 자료를 분석하고 기후모델(프로그램)을 시뮬레이션해 매든줄리안진동이 남극 대륙 지표기온(SAT)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준이 교수는 “최근 매든줄리안진동이 장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강수활동이 서태평양에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도양에서는 감소했다. 이런 변동성이 남반구의 여름철(북반구는 겨울철)에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강수활동이 일어나면 3∼11일 뒤 동남극 지역 지표면에 저기압이 발생하고 기온이 하강한다. 반면 인도양 지역에서 강수활동이 있으면 기온이 상승한다. 연구팀은 매든줄리안진동의 강수활동 변화 경향성이 동남극의 장기적 한랭화 추세에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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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이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부산대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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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매든줄리안진동의 장기 변화가 인도양-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인지, 자연변동성의 일환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덧붙여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자연변동성의 장기 변화도 동남극과 같은 지구 특정 지역의 지표기온 하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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