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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장난감 가구 설탕 멸치까지…모든 제품 가격 오를 수 있다"…해상운임 4배 폭등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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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머니백] 매섭게 치솟는 해상 운임이 전 세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쏘아 올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불붙은 상황에서 4배로 뛴 해상 운임이 수입업자에게 부담되고,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폭등한 해상 운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자극할까. 전문가들은 해상 운임이라는 단일 요소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 재개로 인한 수요 폭발과 맞물려 해상 운임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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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옌톈 항구 /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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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4배 뛴 주요노선 해상 운임


지난 3월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중국의 옌톈 항구가 5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선적 처리 활동을 제한했다. 옌톈항은 대미(對美) 수출량의 25%를 책임진다. 옌톈항 주변에는 컨테이너선 약 50척이 대기하고 있으며, 부두에는 컨테이너 35만개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수요 폭발, 운송 지연, 컨테이너선 부족 상태에 항만 정체 현상까지 심화하자 해상운임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서쪽 해안 항구로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해상 운송하는 비용은 지난 18일 기준 6614달러로 연초 대비 57% 올랐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386% 뛰었다. 중국 상하이~유럽 로테르담 간 컨테이너(40피트 기준) 운임도 지난해 1월 대비 480% 폭등해 17일 1만1000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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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해상 운임 가격. 파란선은 중국/동아시아-지중해 노선, 빨간선은 중국/동아시아-북유럽 노선 운임. (단위=달러) /출처=레피니티브·파이낸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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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가격에서 국제 물류비 1% 미만..."영향 제한적"


통상 제품 가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일까. 지난 3월 골드만삭스는 세계산업연관표 데이터를 인용해 운송비는 전체 생산비용의 3%를 차지하며, 특히 국제 운송비는 1% 미만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해운운임 급등은 제품 소비자 가격에 매우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운임비 폭등이 동아시아에 집중된 점, 전체 상품 가격에서 국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점을 꼽았다.

게다가 대형 화주는 컨테이너선사와 약정된 금액으로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있어 상대적으로 운임이 안정적이다. 또한 각국이 점차 코로나19 전 일상을 회복하면서 소비자의 지출 수요는 상품에서 서비스로 부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해상 운임이 폭등했지만,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오히려 물가 급등이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다. 맥쿼리그룹의 경제학자 래리 후는 "세계적으로 상품 수요가 급증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생산이 제한됨에 따라 중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중국 수출이 없었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값싼 제품은 물류인상 타격 더 커...수입중단까지


그러나 운임이 오를수록 저가 제품은 고가 제품보다 타격이 훨씬 크다. 블룸버그는 "장난감, 가구, 자동차 부품에서 커피, 설탕, 멸치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12일 전했다.

컨설팅업체 시인텔리전스의 앨런 머피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일부 저가 가구 제조업체의 경우 해운운임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2%까지 올라왔다.

영국 수입가구업체 사장 스콧 험프리 씨는 BBC에 중국에서 의자 한 개를 들여오는데 드는 운임이 12파운드에서 100파운드로 올랐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저가 상품에서 운임 비용이 2배로 올랐다"며 "더는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급등한 해상 운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매업자들은 △판매 중단 △가격 인상 △품목변경 △내륙 운송 등 대안을 찾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루산 멸치는 높은 운임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 유럽으로 수입이 거의 중단됐다. 같은 이유로 유럽산 올리브도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졌다.

또한 유럽의 일부 수입업자들은 트럭과 같은 내륙운송을 활용해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 자전거, 스쿠터 등을 들여오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적체 해소되더라도 '선사우위' 수년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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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역량 추이. 최근 교역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출처=네덜란드 경제정책기획국·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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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톈항의 적체 현상은 화물량이 평소의 70%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소 연말까지는 선박 부족, 운임급 등으로 해운 대란이 계속될 것으로 내나본다.

글로벌 해운 물류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최대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리 리트홀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1일 칼럼에서 "항만 적체와 수에즈 운하 사고는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수년간 혼란에 대비해라"고 경고했다.

리츠홀트는 도널드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2018년 세계 교역량이 급감했고 그 이래 선사들이 투자 규모를 줄여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신규 투자액이 29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2014년 한 분기에 쏟은 투자액보다도 적다.

그는 최근 해상운송 수요가 이미 팬데믹 전을 초과해 유례없는 호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항만 적체가 해소되더라도 당분간은 컨테이너선이 부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물류량에 맞게 새로 선박을 만들고, 항만을 정비하는 데는 최소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사' 우위 시장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1년 이상 장기화할수록 물가 영향 무시 못해


전문가들은 해상 운임 단일 요소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화할수록 무시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폴커 빌란트 독일 정부 경제 자문위원은 "해상운임 상승 영향이 예상보다 적더라도 1년 이상 누적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며 "우리가 여파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대기업까지 물류비 부담이 늘어난다.

공급망관리 전문가인 플라비오 마카오 이디스카원대학 부교수는 "중국 옌톈 사태는 평소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들은 장기계약을 해 '스폿'(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마카오 부교수는 "그러나 선사들은 결국 계약을 갱신할 때 운임이 오른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며 "이렇게 오른 해상 운임 계약은 3~5년간 유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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