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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게 오른다" 인플레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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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준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를 유동성을 줄여 잡겠다는 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물가가 치솟았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큰 칼(기준금리)'을 빼 드는 것밖에 없다. 그 가능성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 경기, 금융불균형 등을 면밀히 점검해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한국경제가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느냐다. 빚투 등으로 펄펄 끓고 있는 자산시장이 걱정이다. 금리인상으로 자산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간신히 부활한 소비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올 1분기 기준 1765조원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경기침체기를 조금씩 건너면서 인플레이션은 우리를 또 찾아왔고, 그 인플레이션은 서민층을 공격하고 있다. 서민에겐 이래저래 힘든 시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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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이 치솟으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지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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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21일 배럴당 10.01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은 지난 15일 70.88달러로 7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6월 15일 가격인 37.12달러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올랐다.

다른 원자재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5월 7일 318센트(1부셸·25.4㎏)에서 지난 5월 7일 772.6센트로 2.42배가 됐고, 지난해 5월 14일 톤(t)당 4144.4달러였던 구리 가격도 1년 만에 1만724.5달러로 올랐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2배 이상 상승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경기가 백신 접종으로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월 1.7%(전년 동월 대비)에서 3월 2.6%, 4월 4.2% 5월 5.0%로 상승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돈 것으로 2008년 5월 5.3%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은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문제는 상승 속도다.

지난해 12월 0.5%였던 물가상승률이 5개월 만에 2.6%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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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에선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듯한 주장도 제기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리가 약간 상승하는 환경은 미 연준의 관점에서 결국 플러스가 될 것이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과 너무 낮은 금리와 싸우고 있다." [※참고: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예상 시점은 2024년에서 2023년으로 빨라졌다. 더불어 테이퍼링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 통화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 5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늦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11일 열린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선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하반기 이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금리인상 카드 꺼낸 한국은행

더불어 한은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선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인상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과 2018년에도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후 11월 금리인상이 이뤄졌다. 시장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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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경제가 금리인상의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느냐다. 기준금리 인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살아나고 있는 소비가 고꾸라질지도 모른다. 올해 1분기 기준 1765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상승해도 갚아야 할 가계부채 이자는 5조9000억원 증가한다.

이중 고소득층을 제외한 소득 1~4분위의 이자 증가액은 3조3000억원에 이른다. 금리인상으로 서민의 생활이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소영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우려는 단연 부채"라며 "가계부채는 물론 기업과 정부부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친 국가채무는 올해 900조원을 넘어섰다"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가채무가 부담해야 할 이자만 1년에 9조원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정부의 재정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만큼 재정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이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타격을 입힐 거란 의견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상승한 자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해서다.

최석원 S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금리인상 요인으로 꼽은 것은 자산시장의 불균형"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한은은 자산시장이 더 과열되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지고 있다. 여기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한두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의 부담이 증가할 공산이 커진 건 사실이다. 주식시장과 함께 부동산 시장도 금리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금리인상이 불러올 후폭풍은 또 있다. 소득 양극화다. 김상봉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빚을 내 생활자금을 썼던 저소득층과 빚을 내 투자했던 중산층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자산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과실이 대기업과 수출기업에 집중돼 서민은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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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한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차례의 금리인상을 점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준비하는 것이지 금리인상을 논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한은 총재 임기만료 등의 이벤트가 있어 금리를 인상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4분기에 한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리 0.5%p 오르면 이자 5조원 증가

혹자는 미국이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현실은 다르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테이퍼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다. 테이퍼링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는 '큰 칼(기준금리)'을 빼 들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을 향한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게다가 금리인상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도 없다. 이래저래 서민에겐 더 힘든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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